최신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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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다수의견]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이하 ‘추정 법리’라 한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①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자의 채무승인으로부터 시효완성에 관한 채무자의 인식 및 그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법리이다. 이러한 인식의 추정 및 의사표시의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하여 인정되는 사실상 추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은 경험칙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오히려 경험칙에 어긋난다. 시효완성에 대한 인식의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효완성 여부는 소멸시효 기간,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의 중단 또는 정지 사유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요소에 대한 판단은 때로 불명확하고 복잡하므로 단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추정도 경험칙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완성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런데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그 기산일로 소급하여 채무에서 해방되는 법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을 하는 채무자의 인식과 의사에 관한 경험칙은 나라마다 크게 달라질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추정 법리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이례적인 법리로 평가된다. ② 시효이익 포기는 단순히 채무에 관한 인식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시효이익의 포기라는 법적 효과를 의욕하는 효과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채무승인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효과의사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법적 결과를 채무자의 자기결정에 따라 정당화하는 시효이익 포기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채무승인 행위에는 요구되지 않는 요소이므로,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승인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추정 법리는 이러한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근본적인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채무승인 행위가 있으면 이로부터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추정이라는 간편한 법적 수단에 기대어 세밀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효과의사에 대한 탐구 과정을 일단 생략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이러한 생략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해석 과정을 부실하게 만들고, 그 결과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도 수반한다. ③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행위만을 근거로 하여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손쉽게 추정한다. 이는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한 해석을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의 일반적인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④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나 채무자 보호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 제2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채무자의 법적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사정만 있으면 그 사정으로부터 시효완성 사실에 대한 인식과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고, 채무자에게 이러한 추정을 번복할 부담을 부과한다. 이는 채무자를 본래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추정의 번복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재판 실무와 결합할 경우 채무자의 구조적 열위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추정 법리는 대부업체나 추심업체 등이 시효완성 후 채무자에게 일부 변제 등 채무승인 행위를 압박하거나 유도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되는 등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추정 법리는 정책적으로도 부당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 마용주의 별개의견] 추정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타당성을 인정하고 적용하여 온 것으로서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오랜 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축적된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견해가 애당초 잘못된 것임이 명백하거나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그로 인한 법적 안정성의 희생이 정당화될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조금 더 낫다거나 더욱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 온당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② 다수의견의 요지는 추정 법리를 폐기하고 의사해석을 통하여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은 추정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채무승인 또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통하여 실질적이고 타당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고, 다수의 사례 축적을 통하여 법리 적용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 ③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유무에 관한 구체적 판단 기준과 종전 판례의 의사해석 판단 기준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④ 대법원은 일관되게 추정 법리를 설시하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해 왔다. 이로써 그 법리가 민사재판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 적어도 의사해석의 출발점으로 작동해 왔으며, 당사자도 그 법리에 맞추어 주장·증명을 하고 그에 따른 판단 결과를 받아들여 왔다. ⑤ 추정 법리의 근거인 ‘일반적으로 채권은 시효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사실을 안다.’라는 경험칙이 처음부터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거나 그 효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일반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 되었다고 볼 만한 실증적 자료는 없다. ⑥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차이를 근거로 추정 법리가 부당하다는 지적 역시 타당하지 않다. 추정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효과의사에 대한 탐구가 생략되고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해석이 부실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추정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적용한 것이지 추정 법리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⑦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그와 같은 지위(층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가 쟁점인 상황에서 추정 법리가 없다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할 의사로 채무승인 행위를 하였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심의 의사를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추정 법리는 이러한 채권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되, 채무자가 반증을 통하여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즉 추정 법리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법리인 것이다. ⑨ 대법원은 추정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채무승인이 존재하는지 더 나아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왔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추정 법리가 채무자를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한다거나 정책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법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시효이익 포기 의사표시가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 정도의 문제이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2025.7
[1]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행위자에게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등 영득죄와 구별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가치를 영득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위탁관계가 있는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피고인이 피해자 甲이 다른 사람과 공동소유하는 토지에 권원 없이 사과나무 등 과수를 식재하고 2021. 10.경 및 2022. 10.경 두 차례에 걸쳐 사과를 수취하여 사과나무를 손괴하거나 사과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2021. 10.경의 사과 수취와 관련하여, 사과나무의 천연과실인 사과를 수취하는 것은 원물인 사과나무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甲 소유의 사과나무에서 무단으로 사과를 수취하였더라도 이로 인하여 甲이 사과나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 뿐 사과나무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은 2021. 10.경 사과를 수확할 당시 자기 소유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수취한다는 인식만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2022. 10.경의 사과 수취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甲의 관계, 피고인이 사과나무를 점유하면서 관리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甲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甲과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위탁신임관계가 형성되어 피고인에게 사과나무의 과실인 사과를 甲을 위하여 그대로 보관·유지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달리 2021. 10.경의 사과 수취에 관하여 재물손괴죄를, 2022. 10.경의 사과 수취에 관하여 횡령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재물손괴죄의 ‘효용 침해’와 ‘고의’ 및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025.6
가. 심판대상조항은 자기의 명의를 대여한 건축사의 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함으로써 건축사 명의대여로부터 발생하는 부실설계 및 부실감리 등의 폐단을 방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축사 자격이 없는 자에 의한 건축설계와 공사감리는 건설공사의 부실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대형건설사고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오게 되는데, 임의적으로 건축사 자격을 취소하게 하거나 건축사 자격을 일정 기간 정지하는 방법만으로 건축사 명의대여행위에 대한 제재 및 예방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건축사법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자격이 취소된 건축사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그 취소 처분을 받기 전에 계약을 체결한 업무는 계속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축사 자격 취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변호사 등과 건축사는 각각의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고유한 업무가 다르고 직종 간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권한과 책임이 있는 등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025.6
가. 청구인 김??이 취소조항에 관하여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의 효과는 취소조항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취소조항에 근거한 운전면허 취소처분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취소조항에 대한 청구인 김??의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결격조항은 음주운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도로교통과 관련된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반복적 음주운전 행위를 억제하도록 하는 예방적 효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운전면허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결격조항은 자격제도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일정한 기준에 따른 동일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자격제도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일률적인 규율은 불가피하다. 행정청이 행정제재를 함에 있어 각 위반행위에 내재된 비난가능성의 내용과 정도를 일일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입법자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하여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의 운전면허 결격기간을 정함에 있어, 행정청이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2년으로 정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검찰이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경우나, 법원이 선고유예의 판결 또는 소년법상 보호처분결정을 하는 경우 결격조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결격조항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결격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본인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무고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그 가족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서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바, 결격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격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격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결격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2025.6
[1]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검사가 수사의 대상, 방법 등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에게 지휘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지휘서는 당시까지 진행된 수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향후 수사의 진행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수사기관의 내부문서이다. 수사기관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재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확보하였고 해당 사건이나 피의자의 죄책, 신병처리에 관하여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수사지휘서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등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가 생길 위험이 있고, 그 내용이 누설된 경로에 따라서는 사건관계인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됨으로써 수사의 궁극적인 목적인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수사지휘서의 기재 내용과 이에 관계된 수사상황은 해당 사건에 대한 종국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 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에 해당한다. [2] 경찰관인 피고인이 경찰서 청문감사관으로 재직 중 해당 경찰서 수사과 직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아들 甲이 고소당한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검사의 수사지휘서 등을 열람·확인한 후 甲에게 전화하여 ‘수사지휘서에 구속 이야기가 없다. 구속될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 주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甲의 사건 기록에 있는 수사지휘서를 열람하여 ‘검사의 수사지휘서에 甲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에 관한 내용이 없는 사실’을 확인한 후 甲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확인한 대로 위와 같은 취지로 말하였는데, ‘검사가 甲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에 관하여는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검사가 甲에 대한 구속수사를 고려하고 있는지 등 甲의 신병처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수사지휘서의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수사지휘서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甲 등은 수사기관에서 현재 범죄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해당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에 맞추어 수사에 대응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또한 피고인이 소속 경찰서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수사지휘서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아들에게 알려준 것은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함으로써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의 ‘직무상 비밀’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025.6
[1] 차량의 안전지대 횡단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안전지대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안전지대 횡단이 특별히 허용되고 있었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안전지대 옆을 통과하는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그 부근을 운행하는 다른 차량이 위 안전지대를 횡단하여 자기 차량의 진로 앞에 달려드는 일은 없으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므로, 안전지대를 횡단하려는 차량을 상당한 거리에서 미리 발견하여 안전지대의 횡단을 예상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에게 위 안전지대를 횡단하여 오는 차량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운전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진행하였더라면 피해자를 발견한 후에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통사고처리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 제3호, 제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면,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하여 운전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법 제4조 제1항 소정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여기서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하여 운전한 경우란 제한속도 위반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를 말한다. 제한속도 위반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교통사고가 제한속도를 위반한 운전 중에 일어났다고 하여 모두 이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2025.6
[1]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 외에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 [2]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출업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에 대출모집업무를 위탁하였는데, 乙 회사의 운영자 또는 업무담당자 丙 등이 다른 대출로 丁의 인감증명서 등을 소지함을 기화로 丁 명의의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을 위조하고 甲 회사에 제출하여 대출계약이 체결되었고, 이에 甲 회사가 丁을 상대로 위 대출계약에 관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금융회사인 甲 회사는 본인이 해야 할 대출업무 중 핵심적인 부분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위 위탁계약을 통하여 대출모집인인 乙 회사에 위탁하였는데, 甲 회사는 이를 통하여 대출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분업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등을 乙 회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행하게 됨으로써 대출신청서류의 위조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거래 구조를 선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위험도 원칙적으로 甲 회사가 부담하여야 하는 점, 금융회사인 甲 회사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부담하고, 금융거래에 있어서 본인 및 대리인의 확인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의 위탁관계를 이용해서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금융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닌 점, 甲 회사로서는 乙 회사의 대출상담사에 대한 자료(사진 포함)를 통하여 대출상담사와 대출신청 명의자 본인의 동일성 유무를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았던 점, 甲 회사는 위 대출 실행 직전에 丙 등이 소지하고 있던 丁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여 대출신청의사 등을 확인하였으나, 그것만으로 대출절차 및 관리·감독에 관한 甲 회사의 과실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전문금융기관인 甲 회사로서는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려하여, 대출을 실행한 후에도 이중대출이 아니었는지 사후적으로 점검하여 乙 회사의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했어야 하는 점 등을 비추어 보면, 위 대출계약 당시 丙 등에게 丁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甲 회사에 丙 등이 丁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여 위 대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丁의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