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8. 29. 2021헌바146 [합헌]


민사소송법 제48조 단서 위헌소원

[2024. 8. 29. 2021헌바146]


판시사항



기피신청에 대한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으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제48조 단서 중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사법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기피신청과 같은 재판절차를 형성할 때에는 사법자원이 합리적으로 분배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고, 사법자원의 분배에 있어서는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상반되는 요청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뒤늦게 제기되는 기피신청에 대해서는 재판절차의 정지 효과를 제한함으로써 분쟁 미해결 상태 장기화 등을 방지하여 재판의 공정과 신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법자원 분배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기피신청의 효과가 일부 제한되더라도 본안사건의 종국판결에 대한 불복 내지는 법관의 회피ㆍ제척제도와 같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다른 절차들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8조 단서 중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3조 제1항, 제46조 제1항, 제47조 제2항



참조판례



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판례집 14-2, 473, 481

헌재 2008. 6. 26. 2007헌바28등, 공보 141, 899, 899-900

헌재 2013. 3. 21. 2011헌바219, 판례집 25-1, 216, 220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누5526 판결

대법원 2008. 5. 2. 자 2008마427 결정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8467, 78474 판결



당사자



청 구 인안○○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보영

당해사건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가단52578 손해배상(기)



주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8조 단서 중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0가단52578 손해배상(기) 사건(이하 ‘본안 사건’이라 한다)의 원고로서, 위 사건의 변론종결일(2021. 4. 14.)이 지난 다음인 2021. 4. 21. 본안 사건(단독사건)의 담당 법관에 대하여 기피신청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본안 사건의 판결 선고일 하루 전인 2021. 5. 11.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기피신청의 당사자인 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제48조 단서 중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1카기10197), 2021. 5. 12. 본안 사건의 청구와 위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21. 6.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위 기피신청은 ‘청구인은 본안 사건의 변론종결일인 2021. 4. 14. 이후인 2021. 4. 21. 기피신청을 하였는데 본안 사건에 관하여 2021. 5. 12. 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므로,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을 할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2021. 6. 2. 각하되었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1카기10156). 이에 대하여 청구인이 2021. 6. 24. 항고하였으나 2021. 11. 19. 기각되었고(수원고등법원 2021라10267), 재항고하지 않아 2021. 12. 4. 각하결정이 확정되었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8조 단서 중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밑줄 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8조(소송절차의 정지) 법원은 제척 또는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

차를 정지하여야 한다. 다만, 제척 또는 기피신청이 각하된 경우 또는 종국판결을 선고하거나 긴급을 요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당사자가 본안 사건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기피신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이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종국판결을 선고하게 되면, 기피신청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기피신청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기피신청을 각하하므로, 본안 사건에서 제기된 기피신청은 무익하게 된다.

심판대상조항은 당사자가 법원의 심증방향을 추단하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판결을 피하려는 의도 없이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아 그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므로, 재판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헌법에 ‘공정한 재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재판청구권이 국민에게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의한 재판이 공정하여야만 할 것은 당연한 전제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함께 보장된다(헌재 2013. 3. 21. 2011헌바219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에 대한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으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경우 기피신청을 심리하는 법원은 본안 사건에서 종국판결이 선고된 이상, 기피신청의 이익이 더 이상 없다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각하하고 있다(대법원 2008. 5. 2. 자 2008마427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이 갖는 소송절차의 정지효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피신청을 유효하게 제기할 수 있는 시기를 변론 종결 전까지로 제한하는 효과를 낳게 되는바, 이는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법관을 배제하고 다른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고자 하는 기피신청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헌재 2008. 6. 26. 2007헌바28등 참조).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재판청구권은 실체적 권리의 구제를 위해 국가로부터 적극적인 행위, 즉 권리구제절차의 제공을 요구하는 청구권적 기본권으로서,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인 제도 형성을 필요로 한다. 재판청구권은 법적 분쟁의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적어도 한 번의 권리구제절차가 개설될 것을 요청할 뿐 아니라 그를 넘어서 소송절차의 형성에 있어서 실효성 있는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갖출 것을 요청한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참조).

나. 사법기관이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ㆍ물적 자원 등을 의미하는 사법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기피신청과 같은 재판절차를 형성할 때에는 사법자원이 합리적으로 분배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법자원의 분배에 있어서는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상반되는 요청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피신청은 구두로 법관에게 기피신청의 의사를 표명한 다음 3일 이내에 그 이유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하면 되는 등 제기하는 방법이 비교적 단순하고, 기피를 신청하는 사유 역시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로 상당히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기피신청을 제기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데 비해, 그로 인해 법원으로서는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기 위하여 그 신청을 받은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결정을 하여야 하는 등(민사소송법 제46조 제1항 참조) 사법자원에 가해지는 부담은 큰 편이다.

더 나아가, 변론이 종결되었다는 것은 이미 기피신청을 제기한 사람의 주장을 청취하거나 서면을 제출받고 증거조사를 실시하는 등 판결의 선고가 가능할 만큼 소송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변론종결 후에야 비로소 변론 중에 있었던 사유를 근거로 기피신청하는 경우에까지 본안 사건에서의 소송절차를 정지하고 기피신청에 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종국판결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면, 재판의 신속한 종결은 어렵게 된다. 비록 그러한 기피신청 중에서 기피신청을 제기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소송절차의 지연만을 의도한 것으로서 권리를 남용할 의도는 없었던 경우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반대 당사자로서는 분쟁의 미해결 상태가 장기화되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고, 장기간 소송 준비에 임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늘어난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이 본안 사건의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서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변론 종결된 후 기피신청이 제기되는 경우에만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대법원 1996. 1. 23. 선고 94누5526 판결 등 참조). 즉, 기피신청이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제기되었다면 기피신청을 당한 법

관이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변론기일을 진행한 다음 종국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8467,78474 판결 참조).

그밖에도 기피신청을 한 당사자는 기피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하고자 할 때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7조 제2항 참조). 또한, 청구인이 기피신청한 이유와 같이 충분한 증거조사나 주장을 청취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않고 조급하게 변론을 종결함으로 인해 결국에는 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본안에 대한 상소를 제기하여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 이를 시정할 기회를 부여받고 다른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관의 제척ㆍ회피 제도 또한 마련되어 있다.

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기피신청에 대한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으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한 것은, 재판의 공정과 신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법자원 분배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고, 이와 같이 기피신청의 효과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청구인에게 기피제도와 관련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