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8. 29. 2022헌바177 [합헌]
출처
헌법재판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
[2024. 8. 29. 2022헌바177, 2023헌바95(병합)]
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조치조항’이라 한다)과 조치조항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조치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가.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제한 등 조치의 부과주체를 시ㆍ도지사 등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예방조치가 요구되는 감염병의 종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방’은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다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명확하기에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발령되는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는 그 성격상 특정 상대방에게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기에 금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행위자에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제한 등 조치가 필요한 감염병을 특정하여 한정하지 아니한 것은 보건당국이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상황이나 위험의 정도, 치료방법의 개발 등에 따라 그 범위를 판단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방역을 목적으로 한 집회제한 등 조치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통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집회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그 적용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바, 심판대상조항의 규율 대상은 일정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행사 자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합’이다.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하여 집회제한 등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처분은 공익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하는 비례원칙에 부합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
헌법 제20조, 제21조
가. 헌재 2024. 6. 27. 2021헌바178, 공보 333, 1129, 1129-1134
청 구 인[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당해사건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866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2022헌바177)
2.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고단593, 2022고단642(병합) 업무방해등(2023헌바95)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과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2022헌바177
서울특별시장은 2020. 2. 26.경 서울특별시고시 제2020-85호로 서울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 한다)의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심 내 집회 제한을 고시하였다. 청구인들은 2020. 5. 1. 15:3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였다.
청구인들은 감염병의 예방을 위한 서울특별시장의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22. 9. 20.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866), 이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노2525).
청구인들은 제1심 계속중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2초기2624), 2022. 6. 27. 기각되자 2022. 7.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3헌바95
경기도지사는 2021. 8. 8. 경기도 공고 제2021-1615호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1. 8. 9.부터 2021. 8. 22.까지 소수의 사적 모임을 제외한 집합ㆍ모임ㆍ행사의 금지를 공고하였다. (1) 청구인 김△△, 김▽▽, 김◇◇, 김◎◎은 2021. 8. 17. 13:0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안양시 동안구 (주소 생략) 에 있는 ○○지구 주택재개발 건설 현장에 ○○노총 ○○지부 소속 조합원 300여 명을 집합하게 하였고, (2) 청구인들은 2021. 8. 18. 12:00경부터 같은 날 16:00경까지 위 ○○지구 주택재개발 건설 현장에 ○○노총 ○○지부 소속 조합원 500여 명을 집합하게 하였다.
청구인들은 경기도지사의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되어, 2023. 3. 8. 1심에서 청구인 김△△, 김▽▽은 각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김◇◇은 징역 1년 3월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김◎◎은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만 원을, 청구인 강○○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고단593, 2022고단642(병합)]. 이에 청구인들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3. 7. 5. 청구인 김△△에 대하여 직권파기하면서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고, 청구인 김▽▽, 김◇◇, 김◎◎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2023. 8. 16. 청구인 강○○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파기하면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고, 청구인 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3노1620).
청구인들은 제1심 계속중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초기939), 2023. 3. 8. 기각되자 2023. 4.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으므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조치조항’이라 한다), ②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조치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①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① 질병관리청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2호,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제12호 및 제12호의2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2.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47조(같은 조 제3호는 제외한다) 또는 제49조 제1항(같은 항 제3호 중 건강진단에 관한 사항과 같은 항 제14호는 제외한다)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47조(같은 조 제3호는 제외한다) 또는 제49조 제1항(같은 항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및 제3호 중 건강진단에 관한 사항과 같은 항 제14호는 제외한다)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구성요건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성요건의 설정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처벌대상인 행위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국민들이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어떤 행위가 처벌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 내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음에도 집회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백화점에서 영업하는 자와 청구인들과 같이 집회를 개최는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ㆍ도지사 등’이라 한다)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이하 ‘집회제한 등 조치’라 한다)를 하도록 하고, 그 조치에 위반할 경우 처벌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집회 시 이격거리 유지나 보건위생수칙 준수 등을 통하여 감염병을 예방
할 수 있음에도 집회 자체에 대하여 제한 또는 금지를 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시ㆍ도지사 등에게 집회제한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 내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치조항에 따라 이루어지는 집회제한 등 조치는 한정된 기간 내의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 규율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헌재 2023. 10. 26. 2020헌마1673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행정처분을 구성요건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일 뿐 하위법령에 구성요건의 형성을 위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3. 7. 25. 2011헌바39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위임입법임을 전제로 한 위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에서 그 구성요건인 집회제한 등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에서 함께 살피기로 한다.
(3)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백화점에서 영업하는 자와 청구인들과 같이 집회를 개최하는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구체적인 고시 등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24. 6. 27. 2021헌바178 결정에서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집회’ 가운데 ‘종교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선례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감염병예방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감염병예방법 제1조). 감염병예방법 제8장의 ‘예방 조치’라는 제호 아래 규정된 선례조항은 방역당국으로 하여금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집회제한 등 조치의 부과주체는 시ㆍ도지사 등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감염병예방법 제2조는 예방조치가 요구되는 감염병의 종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방’은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다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명확하기에, 선례조항 중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선례조항이 포함된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의 다른 호를 보면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방역조치들에 비추어보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의 의미 또한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수가 밀집하는 집회에 대하여 그 모임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내용으로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나)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는 그 성격상 특정 상대방에게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가 구체적ㆍ세부적인 내용과 시기 및 제한기간 등을 정하여 발령되기 때문에 금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행위자에게 인식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지의무위반이 발생한 시점 또한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선례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대상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거나 집회제한 등 조치의 수범자가 그것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선례조항에서 방역당국이 발할 수 있는 집회제한 등 조치의 대상, 구체적인 제한내용과 제한기간 등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지만, 선례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유형은 행정청이 발한 일정한 내용의 집회제한 등 조치에 위반하는 행위임이 분명하고, 그 조치의 내용은 선례조항에 의하여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구성요건이 정하는 금지의 실질은 이미 법률에 의하여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검토
선례조항은 조치조항과 실질적으로 내용이 동일하고, 처벌조항은 조치조항을 원용하고 있으므로, 선례조항에 대한 위 결정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그와 달리 판단해야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
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제한 등 조치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감염병의 경우 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ㆍ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감염병의 예방 및 확산방지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함과 동시에 국가 보호의무의 충실한 실행을 위하여 구체적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위험 의심 상황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감염병의 발생 초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감염병의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면 이는 곧 의료시스템과 방역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비말을 통한 공기 중 전파를 통해 전염되고 증상 잠복기에 있는 사람 내지 무증상자에 의해서도 감염이 이루어지며 노년층ㆍ기저질환자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치명률을 가진 전염병이 창궐하는 경우, 감염병 확산 초기 단계에서 개인 간 접촉 감소를 통해 감염 확산의 차단을 도모하는 것은 감염예방 및 통제를 위해서 매우 긴요하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제한 등 조치가 필요한 감염병을 특정하여 한정하지 아니한 것은 보건당국이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상황이나 위험의 정도, 치료방법의 개발 등에 따라 그 범위를 판단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감염병의 감염위험 정도나 전파 정도는 해당 감염병에 대한 속성이 파악되고 그 정보가 누적될 때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시간적 경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방역에 필요한 조치의 정도를 낮추어 갈 수는 있으나, 이를 처음부터 법문에 명시하여 제한하는 것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감염병 예방을 도모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감염병은 사스나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그 종류와 위험성, 전파성 등이 매우 다양한 관계로 과거의 방역 경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유행하는 해당 감염병의 정보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관리가 가능하게 되기 전까지는 방역당국이 감염병 차단과 예방에 필요한 조치에 대하여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주도할 필요성이 크다.
감염병환자 등이 있는 장소나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되었다고 인정되는 장소의 일시적 폐쇄나 해당 장소 내 이동 제한 등(감염병예방법 제47조 참조)의 사후조치는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사전예방조치인 집회제한 등 조치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집회제한 등 조치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방역을 목적으로 한 집회제한 등 조치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통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방역을 위해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ㆍ공간적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일 뿐, 집회의 목적이나 동기는 방역의 관점에서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감염병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집회제한 등 조치의 기준이 되는 것은 집회의 목적이나 내용이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의 물리적ㆍ공간적 거리의 확보 가능성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규율 대상은 일정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행사 자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합’이고, 따라서 위 조항에 의하더라도 집회의 내용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심판대상조항이 제한 또는 금지의 범위나 그 기간 등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하여 집회제한 등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처분은 공익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하는 비례원칙에 부합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상 감염 확산세가 완화되거나 방역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경우 집회제한 등 조치는 해제될 것이 전제되어 있고, 관련자와 규율대상이 구체적인 ‘처분’의 속성상 집회제한 등 조치의 효력기간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마)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하여 집회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보호되는 공익은 반복되는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고, 이러한 중대한 공익에 비하여 청구인들이 입는 집회의 자유 제한의 정도가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별지] 청구인 명단
(2022헌바177)
1. 이○○
2. 김○○
3. 안○○
4. 김□□
5. 박○○
6. 원○○
7. 장○○
8. 이□□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영환, 신하나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조혜진, 박현익, 권두섭
변호사 권호현, 류하경
(2023헌바95)
1. 김△△
2. 김▽▽
3. 김◇◇
4. 김◎◎
5. 문○○
6. 강○○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정기호, 신선아, 김세희, 하태승, 서희원, 김하경, 장석우, 김성진
[2024. 8. 29. 2022헌바177, 2023헌바95(병합)]
판시사항
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조치조항’이라 한다)과 조치조항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조치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제한 등 조치의 부과주체를 시ㆍ도지사 등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예방조치가 요구되는 감염병의 종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방’은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다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명확하기에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발령되는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는 그 성격상 특정 상대방에게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기에 금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행위자에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제한 등 조치가 필요한 감염병을 특정하여 한정하지 아니한 것은 보건당국이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상황이나 위험의 정도, 치료방법의 개발 등에 따라 그 범위를 판단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방역을 목적으로 한 집회제한 등 조치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통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집회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그 적용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바, 심판대상조항의 규율 대상은 일정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행사 자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합’이다.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하여 집회제한 등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처분은 공익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하는 비례원칙에 부합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0조, 제21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24. 6. 27. 2021헌바178, 공보 333, 1129, 1129-1134
당사자
청 구 인[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당해사건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866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2022헌바177)
2.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고단593, 2022고단642(병합) 업무방해등(2023헌바95)
주문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과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22헌바177
서울특별시장은 2020. 2. 26.경 서울특별시고시 제2020-85호로 서울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 한다)의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심 내 집회 제한을 고시하였다. 청구인들은 2020. 5. 1. 15:3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였다.
청구인들은 감염병의 예방을 위한 서울특별시장의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22. 9. 20.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866), 이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노2525).
청구인들은 제1심 계속중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2초기2624), 2022. 6. 27. 기각되자 2022. 7.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3헌바95
경기도지사는 2021. 8. 8. 경기도 공고 제2021-1615호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1. 8. 9.부터 2021. 8. 22.까지 소수의 사적 모임을 제외한 집합ㆍ모임ㆍ행사의 금지를 공고하였다. (1) 청구인 김△△, 김▽▽, 김◇◇, 김◎◎은 2021. 8. 17. 13:0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안양시 동안구 (주소 생략) 에 있는 ○○지구 주택재개발 건설 현장에 ○○노총 ○○지부 소속 조합원 300여 명을 집합하게 하였고, (2) 청구인들은 2021. 8. 18. 12:00경부터 같은 날 16:00경까지 위 ○○지구 주택재개발 건설 현장에 ○○노총 ○○지부 소속 조합원 500여 명을 집합하게 하였다.
청구인들은 경기도지사의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되어, 2023. 3. 8. 1심에서 청구인 김△△, 김▽▽은 각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김◇◇은 징역 1년 3월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김◎◎은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청구인 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만 원을, 청구인 강○○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고단593, 2022고단642(병합)]. 이에 청구인들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3. 7. 5. 청구인 김△△에 대하여 직권파기하면서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고, 청구인 김▽▽, 김◇◇, 김◎◎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2023. 8. 16. 청구인 강○○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파기하면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고, 청구인 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3노1620).
청구인들은 제1심 계속중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초기939), 2023. 3. 8. 기각되자 2023. 4.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으므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제80조 제7호 중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각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조치조항’이라 한다), ②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7호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80조 제7호 중 각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가운데 ‘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처벌조항’이라 하고, 조치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①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 3. 9. 법률 제17920호로 개정된 것)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① 질병관리청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2호,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제12호 및 제12호의2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2.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3. 4. 법률 제17067호로 개정되고, 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47조(같은 조 제3호는 제외한다) 또는 제49조 제1항(같은 항 제3호 중 건강진단에 관한 사항과 같은 항 제14호는 제외한다)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8. 12. 법률 제17475호로 개정된 것)
제8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47조(같은 조 제3호는 제외한다) 또는 제49조 제1항(같은 항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및 제3호 중 건강진단에 관한 사항과 같은 항 제14호는 제외한다)에 따른 조치에 위반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구성요건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성요건의 설정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처벌대상인 행위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국민들이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어떤 행위가 처벌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 내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음에도 집회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백화점에서 영업하는 자와 청구인들과 같이 집회를 개최는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ㆍ도지사 등’이라 한다)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이하 ‘집회제한 등 조치’라 한다)를 하도록 하고, 그 조치에 위반할 경우 처벌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집회 시 이격거리 유지나 보건위생수칙 준수 등을 통하여 감염병을 예방
할 수 있음에도 집회 자체에 대하여 제한 또는 금지를 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시ㆍ도지사 등에게 집회제한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 내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치조항에 따라 이루어지는 집회제한 등 조치는 한정된 기간 내의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 규율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헌재 2023. 10. 26. 2020헌마1673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행정처분을 구성요건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일 뿐 하위법령에 구성요건의 형성을 위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3. 7. 25. 2011헌바39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위임입법임을 전제로 한 위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에서 그 구성요건인 집회제한 등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에서 함께 살피기로 한다.
(3)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백화점에서 영업하는 자와 청구인들과 같이 집회를 개최하는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구체적인 고시 등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24. 6. 27. 2021헌바178 결정에서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5. 7. 6. 법률 제13392호로 개정되고, 2020. 8. 11. 법률 제17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호 중 ‘집회’ 가운데 ‘종교집회’에 관한 부분(이하 ‘선례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감염병예방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감염병예방법 제1조). 감염병예방법 제8장의 ‘예방 조치’라는 제호 아래 규정된 선례조항은 방역당국으로 하여금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집회제한 등 조치의 부과주체는 시ㆍ도지사 등이라고 명기하고 있고, 감염병예방법 제2조는 예방조치가 요구되는 감염병의 종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방’은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다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명확하기에, 선례조항 중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선례조항이 포함된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의 다른 호를 보면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방역조치들에 비추어보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의 의미 또한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수가 밀집하는 집회에 대하여 그 모임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내용으로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나)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는 그 성격상 특정 상대방에게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여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방역당국의 집회제한 등 조치가 구체적ㆍ세부적인 내용과 시기 및 제한기간 등을 정하여 발령되기 때문에 금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행위자에게 인식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지의무위반이 발생한 시점 또한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선례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대상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거나 집회제한 등 조치의 수범자가 그것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선례조항에서 방역당국이 발할 수 있는 집회제한 등 조치의 대상, 구체적인 제한내용과 제한기간 등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지만, 선례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유형은 행정청이 발한 일정한 내용의 집회제한 등 조치에 위반하는 행위임이 분명하고, 그 조치의 내용은 선례조항에 의하여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구성요건이 정하는 금지의 실질은 이미 법률에 의하여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검토
선례조항은 조치조항과 실질적으로 내용이 동일하고, 처벌조항은 조치조항을 원용하고 있으므로, 선례조항에 대한 위 결정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그와 달리 판단해야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
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집회제한 등 조치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감염병의 경우 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ㆍ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감염병의 예방 및 확산방지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함과 동시에 국가 보호의무의 충실한 실행을 위하여 구체적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위험 의심 상황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감염병의 발생 초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감염병의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면 이는 곧 의료시스템과 방역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비말을 통한 공기 중 전파를 통해 전염되고 증상 잠복기에 있는 사람 내지 무증상자에 의해서도 감염이 이루어지며 노년층ㆍ기저질환자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치명률을 가진 전염병이 창궐하는 경우, 감염병 확산 초기 단계에서 개인 간 접촉 감소를 통해 감염 확산의 차단을 도모하는 것은 감염예방 및 통제를 위해서 매우 긴요하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제한 등 조치가 필요한 감염병을 특정하여 한정하지 아니한 것은 보건당국이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상황이나 위험의 정도, 치료방법의 개발 등에 따라 그 범위를 판단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감염병의 감염위험 정도나 전파 정도는 해당 감염병에 대한 속성이 파악되고 그 정보가 누적될 때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시간적 경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방역에 필요한 조치의 정도를 낮추어 갈 수는 있으나, 이를 처음부터 법문에 명시하여 제한하는 것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감염병 예방을 도모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감염병은 사스나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그 종류와 위험성, 전파성 등이 매우 다양한 관계로 과거의 방역 경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유행하는 해당 감염병의 정보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관리가 가능하게 되기 전까지는 방역당국이 감염병 차단과 예방에 필요한 조치에 대하여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주도할 필요성이 크다.
감염병환자 등이 있는 장소나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되었다고 인정되는 장소의 일시적 폐쇄나 해당 장소 내 이동 제한 등(감염병예방법 제47조 참조)의 사후조치는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사전예방조치인 집회제한 등 조치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집회제한 등 조치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방역을 목적으로 한 집회제한 등 조치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통한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방역을 위해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ㆍ공간적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일 뿐, 집회의 목적이나 동기는 방역의 관점에서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감염병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집회제한 등 조치의 기준이 되는 것은 집회의 목적이나 내용이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의 물리적ㆍ공간적 거리의 확보 가능성이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규율 대상은 일정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행사 자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합’이고, 따라서 위 조항에 의하더라도 집회의 내용 자체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심판대상조항이 제한 또는 금지의 범위나 그 기간 등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하여 집회제한 등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처분은 공익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하는 비례원칙에 부합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상 감염 확산세가 완화되거나 방역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경우 집회제한 등 조치는 해제될 것이 전제되어 있고, 관련자와 규율대상이 구체적인 ‘처분’의 속성상 집회제한 등 조치의 효력기간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마)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하여 집회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보호되는 공익은 반복되는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고, 이러한 중대한 공익에 비하여 청구인들이 입는 집회의 자유 제한의 정도가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별지] 청구인 명단
(2022헌바177)
1. 이○○
2. 김○○
3. 안○○
4. 김□□
5. 박○○
6. 원○○
7. 장○○
8. 이□□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영환, 신하나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조혜진, 박현익, 권두섭
변호사 권호현, 류하경
(2023헌바95)
1. 김△△
2. 김▽▽
3. 김◇◇
4. 김◎◎
5. 문○○
6. 강○○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정기호, 신선아, 김세희, 하태승, 서희원, 김하경, 장석우, 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