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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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치료감호법’이라 한다)은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精神性的)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再犯)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치료감호법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를 치료감호대상자라고 규정하고(제2조 제1항 제2호),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으며(제4조 제1항), 그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鑑定)을 참고하여야 하고(제4조 제2항 본문), 공소제기한 사건의 경우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고(제4조 제5항) 규정하면서, 법원은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4조 제7항). 이는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의 치료감호 사유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거나 그 판단에 필요한 고려요소를 간과하고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으나 공소제기 후 재판과정에서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드러나게 된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사가 치료감호청구 권한을 독점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보완하고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대법원은,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 제7항의 규정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치료감호법 제4조 제7항이 법원에 대하여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법원으로서는 심신장애의 정도가 불분명한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하여야 하고, 그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실시함에 있어 그 장애가 장차 사회적 행동에 있어서 미칠 영향 등에 관하여도 아울러 감정하게 하며, 그 감정의견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 정신질환이 계속되어 피고인을 치료감호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치료 후의 사회복귀와 사회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별도로 보호처분이 실시될 수 있도록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치료감호법의 목적, 치료감호대상자의 범위, 치료감호청구의 요건과 절차, 치료감호청구 요구 제도의 취지와 기능,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판례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치료감호법이 법원에 대하여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가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치료감호법의 목적에 따른 재량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아울러 일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받아야 할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는데도 그러한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
2024.12
[1] 형법 제30조에서 정한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의 ‘죄’에는 고의범뿐만 아니라 과실범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과실범의 경우에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으나,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없었다면 ‘공동하여’ 죄를 범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 甲 등은 CMIT/MIT를 주원료로 하는 乙, 丙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에, 피고인 丁 등은 그중 丙 살균제의 제조·판매에 관여하면서 주원료에 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한편 관련사건 피고인들은 PHMG 등을 주원료로 하는 戊 살균제 등의 제조·판매에 관여하면서 주원료에 관한 안전성 검사 등 미실시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는데, 피고인 甲 등이 피고인 丁 등과 상호 공모하거나 그에 더하여 관련사건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乙 살균제만을 사용한 피해자들 4명 및 乙, 丙 살균제와 戊 살균제 등을 함께 사용한 피해자들(이하 ‘복합사용 피해자들’이라고 한다) 94명 합계 98명의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고, 피고인 丁 등이 피고인 甲 등 및 관련사건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복합사용 피해자들 중 丙 살균제를 사용한 22명의 피해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복합사용 피해자들에 관한 공동정범 성립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①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은 서로 간의 협력이나 의견교환 없이 각자가 소속된 회사 등에서 맡은 지위, 역할에 따라 그 회사 등의 가습기살균제 개발·출시 또는 제조·판매에 관여하였을 뿐이고, 주원료인 PHMG 등과 CMIT/MIT는 그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하여 개발·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관련사건 피고인들과 피고인들이 서로 상대방 가습기살균제의 개발·출시를 인식하였다거나 그에 관하여 서로 의사를 연락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 ② 관련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하였던 가습기살균제와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하였던 가습기살균제는 그 용도나 용법이 동일할 뿐 주원료 등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개량한 제품이라고 볼 수 없으며, 관련사건 피고인들이나 피고인들이 각 가습기살균제에 모두 결함 내지 하자가 존재한다는 사정이나 그러한 결함 내지 하자가 누적·결합되어 복합사용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거나 그에 관한 묵시적 의사연락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형사정책적 목적이나 취지, 소비자들이 주원료의 차이를 알고 구매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사정 등은 관련사건 피고인들 및 피고인들의 인식 내지 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들 사이에 공동의 인식 내지 의사의 연락이 있었음을 뒷받침할 수 없고, 그러한 사정들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다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망 등을 통해서 국경을 초월한 상품의 구매·소비가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자들 등에 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 사이에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이 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024.12
[1]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형사소송법(2022. 2. 3. 법률 제187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9조, 제118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압수·수색영장은 현장에서 처분을 받는 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했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압수·수색이 정보저장매체에 대하여 이루어질 때 그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구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받는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절차 과정에서 처분을 받는 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의사능력이 있는 한 미성년자에게 영장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고, 그 친권자에 대한 영장제시로 이를 갈음할 수 없다. 또한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나 그 변호인에게 압수·수색영장 집행 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그 친권자에게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형사소송법이 헌법 제12조에서 선언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이어받아 압수·수색절차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구체적 기준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지시·요청에 따라 사인(私人)이 자기 외의 제3자가 지배·관리하는 물건을 취거하여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등으로 수사기관이 직접 하였다면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러한 사인의 행위가 오로지 자기의 이익이나 목적 추구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수사기관이 해당 물건의 실제 점유자가 제3자임을 미처 인식·예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수사기관이 사인을 이용하여 강제처분을 하였다고 보아,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의 제시, 참여권의 보장 등 절차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3]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024.12
[다수의견] (가)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비록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헌법 규정들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다만 장애인의 접근권이 접근에 대한 방해의 금지를 구하는 소극적·방어적인 수준을 넘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특정 시설과 설비를 설치할 것을 국가나 사인(私人)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국가는 제한된 재정 능력과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에 대한 접근권이 적절히 보장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헌법상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는 1997. 4. 10.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이를 1998. 4. 11. 시행하였다.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은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같은 법 제1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도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할 권리, 즉 접근권을 가진다고 명시하였으며(같은 법 제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시책을 마련할 의무를 규정하였다(같은 법 제6조). 국회는 더 나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을 2007. 4. 10. 제정하였고, 2008. 4. 11.부터 시행하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의 실현을 통하여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데(같은 법 제1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금지되는 차별의 범위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이하 ‘정당한 편의제공’이라 한다)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3호, 제2항, 이와 같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의무를 이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라고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같은 법 제8조). 이와 더불어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증진·보호 및 보장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통된 노력과 합의를 반영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장애인권리협약’이라 한다)이 2009. 1. 10. 국내에 발효되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4조 제1항은 당사국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한 어떠한 형태의 차별 없이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완전한 실현을 보장하고 촉진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협약 제9조 제1항은 대중에게 개방 또는 제공된 시설에 대하여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당사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국회가 법률로 행정청에 특정한 사항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치국가 또는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위법함과 동시에 위헌적인 것이 되고, 이는 행정청이 법률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받은 사항을 전혀 입법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 그 법률이 위임한 사항을 불충분하게 규정함으로써 법률이 위임한 행정입법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이라 한다) 제7조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제18조 제4항 또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의무(이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라 한다)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단계적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대상을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제7조에 해당하는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에 신축·증축·개축된 시설물로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시설물의 범위 또한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제7조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범위로 한정되었다. 장애인의 접근권은 장애인이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초석이 되는 헌법상 기본권의 일종이고,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피고에게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거듭하여 부과하였다. 따라서 행정청이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제7조의 위임에 따라 행정입법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의 범위를 정할 재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량은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제4조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의 접근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실현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2. 4. 27. 대통령령 제326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별표 1] 제2호 (가)목의 (1)이 정한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 및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러한 규정은 법률이 보장하고자 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침해하거나, 장애인의 접근권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아가고자 한 모법의 위임 취지를 도외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행정청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강제되는 대상시설을 확대하여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형태로 해당 행정입법을 개정할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것이고, 행정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행정입법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행정청에 의한 작위 또는 부작위가 사후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때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편 법률이 행정청에 대하여 행정입법을 할 재량을 부여하였다 하더라도, 그 재량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행정청이 행정입법의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그 부작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고,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과실도 인정된다. (라) 국가배상법 제3조 제5항이 생명, 신체의 침해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 하더라도, 이는 생명, 신체 외의 다른 권리의 침해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의무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장애인의 접근권이 침해된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장애인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의 위자료 지급의무가 배제되지 않는다. 입법부가 행정청에 행정입법의무를 부과하였음에도 행정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그 이행을 장기간 지연함으로써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로 인해 개인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법률이 행정입법을 위임한 목적과 취지, 위법한 행정입법 부작위로 침해된 권리의 헌법상 지위 또는 중요성, 그 침해의 정도와 지속 기간, 행정입법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경위, 행정입법의무가 사후적으로나마 이행되었다면 그 행정입법의무의 뒤늦은 이행으로도 회복되지 않은 정신적 손해가 여전히 남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손쉬운 사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 법제에서 국가배상청구가 가장 유효한 규범통제 수단이자 실질적으로 유일한 구제수단으로서의 의의가 있다는 점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 (마)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국가배상의 경우 위자료 산정에 고려하여야 할 다음과 같은 특수한 사정이 있다. 즉, 행정입법은 별도의 집행행위가 개입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권리 침해는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된다. 또한 행정입법은 다른 행정행위와 달리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고 전체 국민을 수범자로 하므로 특정 집단 또는 개인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하는 행정행위에 비해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상대방의 인적 범위는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 나아가,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이 위법함을 선언하는 판결을 통해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가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음은 물론 국가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사법통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법원이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에는 위와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여 앞서 본 행정입법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인정을 위한 참작 요소는 물론 그로 인한 권리 침해가 통상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균질하게 나타나는 성질의 것인지 여부,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와 예방의 필요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노경필의 별개의견]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 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의 기본권적 성질, 헌법 제10조 제2문이 정한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국가원리 및 법령의 통일적인 해석·적용의 요청에 비추어 볼 때, ①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국민이 손해를 입은 이상 직무를 집행한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② 국민에게 손해를 입힌 국가의 행위가 공법상 위법함에도, 그 행위의 객관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의 위법성 판단을 달리하여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2024.12
[다수의견] 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신법’이라 한다) 부칙 제2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자의 의도,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이상 그 대상재산인 토지에 대하여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라 신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신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국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의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원회’라 한다)를 의미한다[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11. 5. 19. 법률 제106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구법’이라 한다) 제4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업무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 즉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결정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구법 제5조 제1항 제1호). 누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인지는 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구법 제2조 제1호 (가)목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유형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그 이후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신법이 시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신법에 따라 어떤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려면 새로운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귀속결정을 하는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원칙적으로 4년으로 규정되어 있었고(구법 제9조 제1항), 신법 시행 전인 2010년에 이미 그 활동기간이 만료된 상황이었다.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위원회를 조직한 뒤 조사절차를 거쳐 신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다시 내리는 번잡함을 피할 목적으로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신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는 조항이다. 일제로부터 받은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된 사건의 맥락에서 보면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즉, 한일합병과 무관하게 작위를 받은 사람의 재산은 구법에 따르면 친일재산이 아니므로 국가에 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위원회가 구법하에서 그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신법 시행으로 위 재산은 사후적으로 친일재산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었다. 이때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을 잘못 적용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절차 없이 신법이 적용되어 내려진 정당한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은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에 대한 신법의 ‘적용’을 의제하는 것이기도 하다.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특정한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 그 자체 또는 이로 인한 법률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쟁송을 전제로 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개정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조항이다. 여기에서의 ‘확정판결’은 어떤 소송 유형에서 내려진 확정판결인지를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확정판결이 특정한 재산을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판결인가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즉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법률로서 그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친일재산을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특정한 재산이 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은 그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이상 그 이후 법이 개정되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가 넓어졌더라도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취지이다.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바로 이러한 점을 나타내는 문언으로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른 신법 적용의 의제에 대응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법 부칙 제2항 본문에 따르면 구법하의 국가귀속결정도 신법을 적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되나,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에 따르면 특정한 재산을 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신법의 적용 의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그렇게 해석하는 이상, 특정한 재산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이 있는데도 신법의 적용에 따라 그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 ②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면, 특정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재산은 신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애당초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기초하여 발의된 것은 사실이나, 심사 과정에서는 확정판결로 국가귀속이 부정된 재산까지 신법을 적용하여 환수하는 것이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나 확정판결 존중의 필요성에 비추어 무리한 것임을 인식하면서 신법 부칙 제2항 단서가 마련되었다. 입법자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둠으로써 확정판결로 법적 분쟁이 종료된 재산만큼은 신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신법 시행을 계기로 그 재산을 사후적으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사태는 방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는 ‘위 확정판결은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내려진 판결이므로 이러한 확정판결의 존재는 국가가 국가귀속결정과 무관하게 민사소송의 형태로 직접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에게 소유권이전을 구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과연 입법자가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만들면서 이처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구별하여 전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방법에 따른 국가귀속을 허용하거나 의도하였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입장에 따르면 구법하에 내려진 확정판결을 존중하고자 했던 입법자의 의도는 실질적으로 좌절되고 만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도는 특정한 재산이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소송 형태를 불문하고 확정판결이 다툼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률관계에 대한 종국적 판단은 신법의 시행으로 소급하여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③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고려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입법금지 원칙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서 파생하는 헌법상 원칙이다. 소급입법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진정소급입법과 이미 과거에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다. 진정소급입법은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조항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나,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여 그로 인해 발생되는 법적 안정성이나 신뢰에 대한 침해가 반드시 심각하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에 대한 헌법적 요청이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소급입법의 성격을 가지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일단 제정·시행된 이후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그 법이 정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취소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의 경우는 확정판결이라는 요소가 고려 대상에 추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친일재산귀속법 또는 그 법의 재산귀속조항 자체가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와는 다른 국면에 놓여 있다. 기판력 또는 실체적 확정력이 인정되는 확정판결의 규범적 무게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에 기초한 신뢰나 법적 안정성은 더욱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이는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해석할 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재산이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 재산이 자신의 소유임을 종국적으로 확인받은 사람은 장차 또 다른 소급입법을 통하여 그 확정판결에서 선언된 법률관계에 반하여 그 소유권을 국가에 박탈당하리라고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한편 친일재산의 환수를 포함한 일제 식민지 역사의 청산을 통하여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대한 공익적 가치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시행되어 그 규율 체계에 따라 공익적 가치가 대부분 구현되고 있는 과정에서 법원이 그 법의 해석상 친일재산에 속하지 않는 특정한 재산에 관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 바로 그 특정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친일재산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확장한 신법 조항을 바로 그 특정한 재산에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할 공익적 가치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할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만큼 중대한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입법의 미비 또는 국가기관의 잘못된 결정을 진정소급입법의 형태를 빌려 국민의 부담으로 소급하여 전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법의 입법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둘러싼 헌법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두게 된 것이다.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는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에 대하여는 신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확정판결의 대상이 아닌 다른 재산은 신법에 따라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인지와 무관하게 국가로 귀속시킬 수 있으므로 신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이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박영재의 반대의견]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대상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어 그 판결이 확정되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 대상재산의 소유권에 관하여도 더 이상 민사소송에서 다툴 수 없는 것인가. 다수의견은 신법 부칙 제2항 단서를 들어 민사소송에서도 다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법 부칙 제2항의 문언과 체계를 지나치게 형식적으로만 이해하여 잘못 해석한 것으로서,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 헌법적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의 소유로 된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확인적 결정에 불과하므로 그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법리에 따라 신법 부칙 제2항을 해석하면 신법 부칙 제2항 단서의 적용대상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결정’이다. 친일재산의 소유권은 당연히 국가에 소급적으로 귀속되므로 확정판결로 국가귀속결정이 취소되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상속인, 악의의 유증자·수증자를 상대로 친일재산의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2024.11
[1]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이를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라고 한다).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고,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제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지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거나 당초의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규범적 평가와 처분의 근거 법령의 변경으로, 예를 들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되는 경우와 같이, 당초 처분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해당 처분을 취소한 후 처분청으로 하여금 다시 처분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당초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거 법령만 추가·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취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사유가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가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따라 처분청의 주장을 형식적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도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까지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으로 돌아가 처분청의 거부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거부처분사유를 주장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을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2024.10
[1]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제12조 제1항 후문),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제3항 본문)라고 정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와 같은 헌법 정신을 이어받아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다양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였다. 특히 형사소송법은 제121조, 제219조에서 압수·수색절차에서 피고인과 피의자의 참여권 일반을 정하는 한편, 제123조, 제219조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정 장소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그 장소의 책임자가 참여하게 함으로써,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로서의 참여권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이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로 기능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절차를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하고, 참여권에 관한 규정을 비롯하여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규정들은 헌법 원칙인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현하는 관점에 따라 해석·실현되어야 한다. [2] 형사소송법 제123조는 ‘영장의 집행과 책임자의 참여’라는 표제 아래, 공무소, 군사용 항공기 또는 선박·차량 안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면 그 책임자에게 참여할 것을 통지하여야 하고(제1항), 제1항에서 규정한 장소 외에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또는 선박·차량 안(이하 ‘주거지 등’이라고 한다)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주거주,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하 ‘주거주 등’이라고 한다)을 참여하게 하여야 하며(제2항), 주거주 등을 참여하게 하지 못할 때에는 이웃 사람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이하 ‘이웃 등’이라고 한다)을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에서도 준용된다.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 제219조가 주거지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주거주 등이나 이웃 등을 참여하도록 한 것은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에 관하여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을 참여시켜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강제처분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 제219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주거주 등 또는 이웃 등은 최소한 압수·수색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하 ‘참여능력’이라고 한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주거주 등 또는 이웃 등이 참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고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하려는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나 기본권 보호·적법절차·영장주의 등 헌법적 요청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과 제3항은 주거주,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하 ‘주거주 등’이라고 한다)이나 이웃 사람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이하 ‘이웃 등’이라고 한다)의 참여에 관하여 그 참여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2조에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대한 검사, 피의자, 변호인의 참여에 대하여 급속을 요하는 등의 경우 집행의 일시와 장소의 통지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에서 정한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또는 선박·차량 안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이 주거주 등이나 이웃 등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주거주 등 또는 이웃 등이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참여자에게 최소한 압수·수색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주거주 등이나 이웃 등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에서 정한 압수·수색절차의 적법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도 위법하다. [4]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 제26조 제6항은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 경우 사법기관은 해당 장애인이 형사사법절차에서 조력을 받기를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에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 기소, 공판에 이르는 일련의 형사사법절차에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의 형사사법절차상의 지위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충분한 방어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절차적 지위와 권리, 방어권을 보장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는 주거주, 간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하 ‘주거주 등’이라고 한다)이나 이웃 사람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직원(이하 ‘이웃 등’이라고 한다)에게도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그러한 장애가 있는 참여자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의 취지에 맞는 적법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이 요구하는 압수·수색절차의 적법요건이 갖추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또는 선박·차량 안(이하 ‘주거지 등’이라고 한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피의자가 동시에 주거주 등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형사소송법이 제121조, 제122조, 제219조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이라는 표제 아래 검사, 피의자, 변호인의 참여권을 규정하면서도 제123조에서 ‘책임자의 참여’라는 표제로 주거주 등이나 이웃 등의 필요적 참여를 별도로 정하고 있고, ‘당사자의 참여권’과 ‘책임자의 참여’는 그 취지나 목적, 보호법익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의자가 주거주 등인 주거지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피의자에게 최소한 압수·수색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하 ‘참여능력’이라고 한다)이 없다면 그 피의자만 참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3항에 따라 참여능력이 있는 이웃 등을 함께 참여시켜야 한다. 이때 참여능력이 없는 피의자만이 참여하였다면 그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5] 형사소송법 제123조 제2항, 제3항, 제219조에 따라 압수·수색절차에 참여한 참여자와 관련하여 해당 절차의 적법요건이 갖추어졌는지는, 수사기관이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 등을 포함하여 압수·수색 당시를 기준으로 외형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압수·수색 당시 수사기관이 인식할 수 없었던 참여자의 내부적, 주관적 사정이나 참여자의 객관적 능력에 관한 법률적·사후적인 판단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2024.9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적법절차원칙을 천명하고, 제27조에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 심리는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및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증인 등 인증(人證), 증거서류와 증거물 및 그 밖의 증거를 구분한 다음 각각의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조사 방식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위와 같은 헌법적 형사소송의 이념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편 제12장 및 형사소송규칙 제1편 제12장에서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문’의 방식으로 하면서 소환방법과 법정에 불출석할 경우의 제재와 조치, 출석한 증인에 대한 선서와 위증의 벌의 경고, 증언거부권 고지 및 신문의 구체적인 방식 등에 대하여 엄격한 절차 규정을 두는 한편, 법정 외 신문(제165조),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증인신문(제165조의2) 규정에서 정한 사유 등이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증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이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증인으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공개된 법정에 출석하여 법관 앞에서 선서한 후 정해진 절차에 따른 신문의 방식으로 증언하도록 하여 재판의 공정성과 증언의 확실성·진실성을 담보하고, 법관은 그러한 증인의 진술을 토대로 형성된 유무죄의 심증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그 증거방법에 따라 정한 방식으로 하여야 하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심증에 따라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증인에 대하여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과 그 진술의 형식적 변형에 불과한 증거(녹음파일 등)는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따라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도 없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러한 절차 진행에 동의하였다거나 사후에 그와 같은 증거조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그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