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시사항
[1] 행정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사회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그에 대한 규범적 평가와 처분의 근거 법령 변경으로 당초 처분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 당초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거 법령만 추가·변경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이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이를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라고 한다).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고,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제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지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거나 당초의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규범적 평가와 처분의 근거 법령의 변경으로, 예를 들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되는 경우와 같이, 당초 처분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해당 처분을 취소한 후 처분청으로 하여금 다시 처분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당초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거 법령만 추가·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2]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취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사유가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가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따라 처분청의 주장을 형식적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도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까지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으로 돌아가 처분청의 거부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거부처분사유를 주장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을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행정소송법 제19조, 제27조[행정소송재판일반]
[2] 행정소송법 제19조, 제27조[행정소송재판일반]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두10446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13807 판결(공2008상, 462),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공2011하, 1313),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두55675 판결,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38465 판결(공2024상, 124) /
[2]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두26589 판결(공2013하, 1707),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두53050 판결(공2017상, 1299)
전문
원고, 상고인 :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프스 담당변호사 박상열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홍준)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23. 11. 16. 선고 2023누3020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기존에 서울특별시 금천구청장으로부터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건설폐기물법’이라 한다) 제21조 제3항에 따른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받은 법인이다.
원고는 2021. 4. 13. 피고에게 인천 계양구 (지번 생략) 외 1필지 지상에서 ① 기존의 일반철골구조 기타지붕 연면적 411.6㎡, 2층 규모의 ‘제2종근린생활시설’ 1동을 ‘자원순환관련시설(사무실)’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고, ② 기존 건축물이 있는 대지에 일반철골구조 판넬지붕 연면적 399.35㎡ 1층 규모의 ‘자원순환관련시설(임시보관소)’ 1동과 일반철골구조 판넬지붕 연면적 32㎡ 1층 규모의 ‘자원순환관련시설(휴게소)’ 1동을 신축하겠다는 내용의 증축허가를 신청하였다(이하 3개동을 통틀어 ‘이 사건 건축물’이라 하고, 2가지 허가신청을 통틀어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
2) 피고는 2021. 7. 9.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① 원고는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인데, 원고의 사업계획서에 의하면 이 사건 건축물에서 건설폐기물을 분리·선별·파쇄하는 중간처리업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원고의 업무영역이 아니고, ② 인천광역시에 이미 16개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존재하여 인천광역시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더 이상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필요하지 않다.
3) 제1심의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피고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설치하려는 시설은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시설이 아니라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이용할 수 있는 임시보관장소에 해당하고, 그 시설을 원고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업체(△△△ 주식회사)가 운영할 예정이라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건축행정청은 건축법상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건축법령뿐만 아니라 다른 법령에 근거하여서도 재량권을 행사하여 거부할 수 있음을 전제로, ① 인천 계양구 인근에는 다수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존재하므로 원고가 수집한 건설폐기물을 중간처리업체로 바로 운반하면 되지 굳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건설폐기물 임시보관장소를 설치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② 임시보관장소는 환경오염 부하량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건설폐기물법에 근거하여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거부할 수 있으며, ③ 따라서 이 사건 건축물을 건설폐기물 임시보관장소로 사용하려는 목적의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적법한 재량권의 행사라고 주장하였다.
4) 제1심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건축행정청은 건축법상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절차에서 건축법령과 관계 법령이 규정한 사항에 한하여 검토·판단할 수 있을 뿐이고, 건축법령이나 관계 법령에는 건축법상 허가절차에서 건설폐기물법상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기준이나 임시보관장소의 승인기준을 검토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의 근거로 든 처분사유는 장래의 건설폐기물법상 처분절차에서 거부처분의 근거로 들 수 있는 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건축법상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될 수 없다.
5) 원심은 2023. 7. 13. 제1회 변론기일에서 쌍방 당사자에게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두31839 판결의 법리를 검토하여 주장을 정리하라.’는 내용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였다.
이에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①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원고의 신청에 따른 건축법상 건축허가절차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상 개발행위허가기준 충족 여부까지 심리·판단하여 만약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를 발급할 수 없다면 건축법상 건축허가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그런데 원고의 사업계획은 이 사건 건축물을 단순히 건설폐기물 임시보관장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리·선별작업까지 하겠다는 것이어서 건설폐기물의 중간처리업에 해당하고, 현재 인천 계양구 및 인근 지역에 다수의 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존재하고 있어 원고가 수집한 건설폐기물을 중간처리업체로 바로 운반하면 되지 굳이 이 사건 건축물에 임시보관장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③ 원고가 계획한 시설이 설치될 경우 건설폐기물의 상하차 및 분리·선별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악취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폐기물 운반 차량의 잦은 통행으로 인한 교통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④ 이 사건 건축물의 부지 인근 500m 거리에 1,142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고, 600m 거리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사업계획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이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은 결과적으로 적법한 처분이다.
원심의 위와 같은 석명사항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함에 있어서 원고의 허가신청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어떠한 검토도 한 바 없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원심의 석명사항에 대한 피고의 위 주장 또한 다투면서 피고가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여전히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개진하였다.
6) 원심은 2023. 8. 31. 제2회 변론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한 다음, ① 피고가 원심 소송절차에서 추가로 주장한 처분사유는 이 사건 거부처분의 근거 법령을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로 추가·변경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유를 관점만 달리하여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허용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② 나아가 피고가 들고 있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건축물이 ‘주변환경과의 조화’나 ‘환경오염 발생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7) 이에 원고가 상고하여,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면서 당초 내세웠던 사유와 원심에서 추가된 처분사유는 단순한 처분의 근거 법령의 추가·변경이 아니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러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제1, 2 상고이유), 원심이 직권으로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두31839 판결의 법리를 검토하라는 석명권을 행사한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제3 상고이유), 원고의 사업계획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고가 충분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는데도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제4 상고이유)을 제기하고 있다.
나. 결국 이 사건의 선결적 쟁점은,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면서 제시하였던 당초 처분사유와는 다른 별개의 사유를 이 사건 거부처분의 적법성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 과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제1, 2 상고이유 관련)
가. 관련 법리
1)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청이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이를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라고 한다).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고(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두10446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제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지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거나 당초의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1380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회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규범적 평가와 처분의 근거 법령의 변경으로, 예를 들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되는 경우와 같이, 당초 처분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해당 처분을 취소한 후 처분청으로 하여금 다시 처분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당초 처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거 법령만 추가·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두55675 판결,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38465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이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사유가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가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따라 처분청의 주장을 형식적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그 결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도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까지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으로 돌아가 처분청의 거부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거부처분사유를 주장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을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두26589 판결,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두53050 판결 참조).
나. 대법원의 판단
쟁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당초 내세운 거부처분사유와 원심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추가한 거부처분사유는 상호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가) 원고의 사업계획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의 사업부지에서 기존 건축물 1동의 용도를 제2종근린생활시설에서 자원순환관련시설로 변경하고 자원순환관련시설 2개동을 신축하여 자신이 수집·운반한 건설폐기물을 그곳에서 분리·선별·파쇄하는 중간처리시설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목적을 궁극적으로 달성하려면, 우선 건축법상 건축물의 용도변경과 건축물의 건축을 위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건축행정청에 건축법상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를 신청함과 동시에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건축물의 건축) 허가에 필요한 신청서류까지 함께 제출하여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 충족 여부에 관한 심사를 받아 개발행위(건축물의 건축) 허가까지도 함께 받아야 한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두31839 판결 참조). 또한 위와 같은 건축법상 내지 국토계획법상의 각종 허가를 얻는 것과는 별도로 건설폐기물법상 중간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설폐기물법 제21조에 의하면 건설폐기물 처리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 행정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적합 여부를 심사받아 적합 통보를 받은 후 그에 따른 시설·장비·기술능력 등의 요건을 갖추어 관할 행정청에 허가신청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사업계획이 건설폐기물법상 허가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원고가 건설폐기물법상 중간처리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비로소 심사할 수 있는 사항이다.
나)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면서 처음 제시하였던 사유는 ‘원고의 사업계획이 건설폐기물법상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던 반면, 원심 소송절차에서 추가로 주장한 거부처분사유는 ‘원고의 사업계획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건설폐기물법은 건설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적절하게 처리하고 그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그에 따라 건설폐기물 처리업 허가기준도 처리시설 입지의 적합성 외에도 건설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 장비, 기술능력 등을 갖추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제21조 제2항, 제3항), 국토계획법은 도시계획 측면에서 토지의 효율적·합리적인 이용·개발과 보전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그에 따라 개별 토지 단위의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기준도 개발행위의 규모, 도시계획과의 적합성, 주변환경과의 조화, 기반시설 확보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제58조 제1항, 제3항). 이와 같이 건설폐기물법상 건설폐기물처리업 허가 제도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건축물의 건축) 허가 제도는 각각의 고유한 목적과 취지를 가지고 그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제도이므로, 각각의 심사기준이나 고려요소에 중첩된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사업계획이 전자의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후자의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단지 처분의 근거 법령을 사소하게 변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가의 측면과 단계를 전혀 달리하는 문제로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원고의 건축법상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 충족 여부에 관한 심사는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가 당초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면서 ‘원고의 사업계획이 건설폐기물법상 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을 때 제시한 핵심적 고려요소는 ‘인천에 이미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많아 신규 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던 반면, 피고가 소송에서 추가로 주장한 고려요소는 ‘환경오염 우려’와 ‘인근 주거지역, 교육시설에의 악영향’이었다. 이 점에서도 양 거부처분사유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2) 원심은 2023. 7. 13. 제1회 변론기일에서 쌍방 당사자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과 관련된 석명권을 행사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위와 같이 석명권을 행사하면서, 원고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기를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 등 이에 관한 원고의 분명한 의사를 진술하도록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앞서 본 이 사건의 전체적 경위, 원고가 원심의 석명권 행사에 따라 개진한 주장 내용 및 원고가 이 사건 상고이유서 등에서 국토계획법령을 근거로 한 거부처분사유가 심리·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의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거부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하여 이 사건 원심 소송절차에서 그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는 데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그렇다면 피고가 원심 소송절차에서 이 사건 건축물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와 대단지 아파트가 존재하여 임시보관장소 설치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생활상·환경상 피해가 크다는 내용을 이 사건 거부처분의 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따라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위와 같은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고, 추가된 처분사유에 근거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제1, 2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김상환(주심) 오경미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