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기출판례를 최신순으로 보여줍니다.


2019.4
[1] 조세채권자인 국가는 납세의무자가 조세채무를 변제할 충분한 자력을 가지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제3자에 대한 권리를 실현하지 아니하는 경우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하여 납세의무자의 일반재산을 확보·보전할 필요성이 있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규정하면서 그와는 별도로 제28조 제3항 제5호에서 ‘민법 제404조에 따른 채권자대위 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이 진행 중인 기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채권자대위 소송의 요건을 갖추어 납세의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납세의무 없는 제3자에게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이를 보증하게 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조세채권의 성립이나 행사의 범위가 임의로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국세징수법 제41조 제2항은 ‘세무서장이 채권압류의 통지를 한 때에는 체납액을 한도로 하여 체납자인 채권자를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에 의한 압류금 지급청구소송은 채권자대위 소송과는 근거와 요건이 서로 다르다. 위와 같은 국세기본법의 규정, 채권자대위 소송의 목적과 근거, 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는 조세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납세의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2] 신탁회사인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와 담보신탁용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한 후 신탁계약에 근거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였는데, 신탁계약에서 ‘처분대금 수납 시까지 고지된 당해세’를 우선수익자 등에 우선하여 정산하도록 정하였음을 근거로 乙 회사에 대한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甲 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를 대위하여 정산금채권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신탁계약의 목적, 규정 내용, 신탁 이후에 신탁재산에 대하여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부과된 재산세는 신탁법 제22조 제1항에서 정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이러한 재산세는 같은 항이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도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신탁계약에서 정한 ‘처분대금 수납 시까지 고지된 재산세 등 당해세’는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수탁자인 甲 회사에 부과된 당해세만을 의미하고 신탁자인 乙 회사에 부과된 당해세를 포함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乙 회사는 甲 회사에 대한 당해세 상당의 정산금채권을 가지지 못하고 따라서 국가가 乙 회사를 대위하여 정산금채권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2019.4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2] 피고인이, 甲에게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乙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甲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乙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 甲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乙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을 수령하여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乙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乙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며, 그 전에 乙 회사의 해지권 또는 취소권이 소멸되었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乙 회사가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다는 전제 아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2019.4
[1] 민법 제393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 여행자가 해외 여행계약에 따라 여행하는 도중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계약상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국내로의 귀환운송의무가 예정되어 있고, 여행자가 입은 상해의 내용과 정도, 치료행위의 필요성과 치료기간은 물론 해외의 의료 기술수준이나 의료제도,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언어적 장애 및 의료비용의 문제 등에 비추어 현지에서 당초 예정한 여행기간 내에 치료를 완료하기 어렵거나, 계속적, 전문적 치료가 요구되어 사회통념상 여행자가 국내로 귀환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귀환운송비 등 추가적인 비용은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통상손해의 범위에 포함되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2] 甲이 여행업자인 乙 주식회사와 해외여행계약을 체결한 후 해외여행을 하던 중 사고로 인하여 정신적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이 위 사고 이후 지출한 국내 환자 후송비용, 해외에서의 치료와 국내로의 귀환과정 또는 사고의 처리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제전화요금 등의 비용이 여행업자인 乙 회사의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2019.4
[1]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71조에 의한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예방접종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2] 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여기서 ‘행정청’이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으로서 국가나 공공단체의 의견을 결정하여 외부에 표시할 수 있는 권한, 즉 처분 권한을 가진 기관을 말한다.[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는 일정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하여야 하고(제71조), 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를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제76조 제1항). 그 위임에 따른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1. 6. 대통령령 제260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제31조 제3항),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보상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며(제31조 제4항), 이러한 예방접종피해보상 업무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되어 있다(제32조 제1항 제20호). 위 규정에 따르면 법령상 보상금 지급에 대한 처분 권한은, 국가사무인 예방접종피해보상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보상금 지급 여부에 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있다.[4]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데,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이처럼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처분 등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과 신속한 확정을 도모하려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일반행정심판과 이에 대한 특례로서 다른 법률에서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여 일반행정심판을 갈음하는 특별한 행정불복절차를 정한 경우의 특별행정심판(행정심판법 제4조)을 뜻한다.[5] 수익적 행정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거절하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성립되고,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봄이 원칙이다.
2019.3
[1]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2] [다수의견]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또한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는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 불능미수는 행위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다고 오인하였다는 측면에서 존재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사실의 착오와 다르다. ② 형법은 제25조 제1항에서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장애미수를 규정하고, 제26조에서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하여 중지미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할 당시 실행행위를 놓고 판단하였을 때 행위자가 의도한 범죄의 기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기수가 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는 불능미수와 구별된다. ③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방법 또는 행위객체로는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원시적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불능범과 구별되는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인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④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피해자인 사람에게 존재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른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① 형법 제13조(범의)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란 형법에 규정된 범죄유형인 구성요건에서 외부적 표지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즉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을 말한다. 이와 달리 행위자의 내면에 속하는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라고 하는데, 고의가 대표적인 예이다. 형법 제13조는 고의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자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에 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성요건 중에 특별한 행위양태(예컨대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이나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 등)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의 존재까지도 행위자가 인식하여야 한다. ② 형법 제27조(불능범)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표제에서 말하는 ‘불능범’이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실행의 수단의 착오’란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행위자가 선택한 실행수단의 성질상 그 수단으로는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대상의 착오란 행위자가 선택한 행위객체의 성질상 그 행위객체가 흠결되어 있거나 침해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어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형법 제27조에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범죄기수의 불가능뿐만 아니라 범죄실현의 불가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으므로, 만약 ‘결과불발생’, 즉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결과발생불가능’, 즉 범죄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장애미수범과 불능미수범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형법 제27조의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사실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밝혀지는 ‘결과불발생'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 조항의 표제는 ‘불능범’으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가벌적 불능범, 즉 ‘불능미수’에 관한 것이다. 불능미수란 행위의 성질상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불능미수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의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형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는, 행위자가 의도한 대로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미수범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규범적 관점에서 보아 위험성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미수범으로 보아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의 의미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그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 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다. ③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다. 그러므로 강간죄나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다.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한 형법 제297조의 규정과 비교하여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형법 제297조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에 대응하는 부분이 형법 제299조의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는 부분이다. 구성요건행위이자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이루어진다는 점은 강간죄나 준강간죄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강간죄의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데 반하여, 준강간죄의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수의견의 견해는 형벌조항의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이다. ④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만약 다수의견처럼 보게 되면, 피고인의 행위가 검사가 공소 제기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한다는 것과 다름없고,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적용법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되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때에도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해석론은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2019.3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한다(상법 제737조).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2019.3
[1] [다수의견]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형사소송법 제415조에서 정한 재항고의 절차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성질상 상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의 전제로서 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점, 형사재판에서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로 할 수도 있는 점,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청구 이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필요한 경우 사실을 조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공판절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증거조사 방식에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닌 점 및 대한민국헌법(1948. 7. 17. 제정된 것, 제헌헌법) 제9조, 구 형사소송법(1948. 3. 20. 군정법령 제176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6조 등의 규정, 그리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진실규명결정서를 비롯한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이 순천지역을 회복한 후 군경에 의하여 반란군에 가담하거나 협조하였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감금되었다가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피고인들을 체포·감금한 군경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하였다고 인정하여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재심사유로 규정하되 그 증명방법을 확정판결만으로 제한하였고, 제422조도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경우 다른 방법으로 증명할 길을 열어두고 있으나 그 증명은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그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데, 원심결정 이유를 비롯하여 기록을 살펴보아도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그러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 확정판결을 대신할 수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운 점, 여순사건 당시로부터 이미 70년의 세월이 지났으므로 그때 존재하였던 증거들이 멸실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형사소송법은 장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에 대하여 그로 인하여 공소시효가 완성한 경우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다른 방법에 의한 증명을 허용하고 있을 뿐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고 있지는 않으므로(형사소송법 제422조), 설령 장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범죄를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게 된 경우라도 법원으로서는 확정판결을 대신할 정도의 증명이 없는 이상 증거부족을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법경찰관이 구속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피고인들을 체포·구속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증거가 아닌 막연한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러한 잘못된 전제에서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 재심사유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은 법령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나 위법하다고 한 사례.[2] [다수의견]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판결의 존재와 판결서의 존재는 구별되는 것이고, 재심대상판결의 존재, 즉 판결의 선고와 확정 사실은 계엄지구사령부 사령관 명의로 작성된 고등군법회의명령 제3호 문서(이하 ‘판결집행명령서’라 한다), 당시의 언론보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진실규명결정서 등 다른 자료를 통하여 인정할 수 있는 점,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 원본이 작성되었으나 사변 등으로 멸실·분실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설령 처음부터 판결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어 집행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판결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는 점, 여순사건 당시 선포된 계엄령과 그 계엄령 선포에 따라 설치된 군법회의에 대하여 법적 근거와 절차 등의 위헌·위법 논란이 있으나, 대한민국헌법(1948. 7. 17. 제정된 것, 제헌헌법) 제64조, 제76조 제2항, 제100조 아래 이루어진 계엄선포 상황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사법작용으로서 군법회의를 통한 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근거법령이나 절차, 내용 등이 위헌·위법하다고 평가되어 판결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판결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는 점, 또한 판결이 위와 같은 위헌·위법 사유로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립한 이상 형식적 확정력은 인정되고, 오히려 그러한 중대한 위헌·위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하여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통한 구제를 긍정하는 것이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바로잡는다는 재심제도의 존재 목적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재심의 대상이 되는 재심대상판결이 존재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근거로는 ‘판결집행명령서’와 관련 언론보도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판결집행명령서의 기재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언론보도 내용은 당시 군법회의 측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보도한 것에 불과하여 별개의 독립한 증거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수의견이 판결로서 인정하고 있는 재심대상판결에는 당시 계엄선포의 합헌성 내지 적법성, 일제 계엄령의 규범력, 군법회의의 설치근거 및 민간인에 대한 재판권 여부, 법무관 1인에 의한 단심 사형판결의 문제, 공소제기의 존부와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공판의 개정 및 증거조사의 실시 여부, 판결서의 작성 여부 및 판결의 선고방법 등에 관하여 수많은 의문이 있고, 판결집행명령서나 그 밖에 어디에도 위와 같은 재판으로서의 요건과 절차, 판단의 실체 등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으므로, 판결집행명령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재판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이를 규범적 의미에서 재판으로서 성립·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군경들이 피고인들을 구속영장 발부 없이 체포·감금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체포·감금이 어떤 혐의에 관한 것이었는지, 다수의견이 말하는 재심대상판결이 위 혐의에 관한 것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재심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엄밀히 표현하면 재심사유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점, 재심을 개시하더라도 공소사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재심본안에서의 결론은 무죄판결이 아닌 공소기각판결이 될 가능성이 크고, 재심을 통하여 형사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으며,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재심본안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때 재심을 개시하는 것이 당초의 의도 내지 취지와 달리 희생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가 되지 못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심대상 확정판결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판결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재심은 가능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도 않다고 한 사례.
2019.3
[1] [다수의견] ① 형사소송법상 상고인이나 변호인은 소정의 기간 내에 상고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항소법원의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제379조 제1항, 제2항). 상고법원은 원칙적으로 상고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하고(제384조 본문),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하는데(제391조), 파기하는 경우에도 환송 또는 이송을 통해 항소심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함이 원칙이며 자판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제393조 내지 제397조). 또한 상고심은 항소심까지의 소송자료만을 기초로 하여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그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직권조사 기타 법령에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증거조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항소심판결 후에 나타난 사실이나 증거의 경우 비록 그것이 상고이유서 등에 첨부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위 규정 및 법리를 종합해 보면, 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이하 ‘상고이유 제한 법리’라고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상고심을 사후심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더라도 부적법한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상고심의 심판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심급제도의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형태 중에서 현행 제도가 사후심제 및 법률심의 방식을 선택한 입법적 결단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모든 사건의 제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법관에 의한 사실적·법률적 심리검토의 기회가 주어지고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음에도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다투지 아니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개개 사건에서 재판의 적정, 피고인의 구제 또는 방어권 보장과 조화되는 범위 내에서 재판의 신속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심급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실정법상의 제약으로서 그 합리성도 인정된다. ③ 상고심과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은 하급심판결에 대한 법령위반 등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기 위한 취지이다. 그리하여 먼저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을 통하여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이유를 주장하여 적절히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령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고, 상고심은 항소심판결 자체에 여전히 위법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위법을 간과하고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거나 제1심판결을 파기 후 자판하는 항소심판결에 고유한 법령적용의 위법이 있는 경우에 직권심판권을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위와 같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과 항소심의 두 심급에 걸쳐 마련되어 있는 직권심판권의 발동에 의해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위법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함에 따라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속하지 않았던 사항이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그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이를 통해 상고심의 사후심 및 법률심으로서의 기능과 피고인의 구제는 더욱 강화된다. ④ 형사소송법상 법관의 면전에서 당사자의 모든 주장과 증거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제1심법정에서의 절차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원칙적인 것이 되고, 다만 제1심의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심의 심판절차에도 준용되는 만큼(제370조), 항소심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러한 원칙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 반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은 상고장, 상고이유서 기타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제390조 제1항), 공판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피고인의 소환을 요하지 않는 등(제389조의2) 절차적인 면에서 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제1심 및 항소심과 상고심에 있어 심리절차상의 차이를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법원이 법관의 면전에서 사실을 검토하고 법령을 적용하여 판결한 사유에 대해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항소함으로써 죄의 성부에 관한 판단 내용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⑤ 양형이 원칙적으로 재량 판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은 심급제도하에서 양형 요소라는 동일한 심판대상에 관해 서로 다른 법원에서 고유의 권한으로 반복하여 심사가 이루어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발생된 결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1심과 항소심 사이의 양형 판단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달라졌다는 사정변경이 사후심 구조에 따른 상고이유 제한 법리의 타당성 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① 피고인이 유죄가 인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항소하고 검사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때 기초가 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변경은 제1심법원이 양형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상급심인 항소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발생 원인에 대해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결론에 승복함으로써 항소 당시에는 그 주장을 보류해 두었던 사실오인, 법령위반 등 사유를 항소심에서 형이 높아진 다음에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였을 때 이를 허용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고 있는 사유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여 상고하는 피고인의 태도를 항소 당시와는 모순되는 거동으로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를 남상고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상고이유를 항소 여부를 결정할 당시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② 상소제도와 관련하여 판결 주문은 피고인의 상소 가능성과 그 의사는 물론, 구체적인 상소이유의 내용과 범위를 전반적으로 결정짓는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판결 이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상소의 적법 여부,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를 판단할 때에도 양자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고 1차적으로 판결 주문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결 주문이 앞선 심급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고 그에 대해 피고인이 승복하지 않고 상소할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장할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도 주문의 정당성을 다툴 만한 것인 이상 가급적 널리 인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불이익한 재판 결과에 대한 소송절차상의 방어권으로서 피고인에 대해 상소권을 인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태도이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이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하고 검사의 항소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하 통틀어 ‘이 사건 사안’이라 한다)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주문에 대해 승복함으로써 그 결론이 유지되는 이상 적극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었고 설령 판결 이유 중의 사실인정, 법령적용 등에 불만이 있었더라도 항소하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판결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됨으로써 상고할 이익이나 필요성이 새로 발생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고함에 있어 판결 이유 중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유라도 이를 주장하여 항소심판결의 잘못을 충분히 다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사후심이란 원판결 자체를 심판대상으로 삼아 원판결의 당부를 제출된 상소이유에 따라 사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후심이 복심이나 속심 등 다른 심판구조와 대비되는 본질적인 특징은 심판대상이 원판결 자체인지 아니면 피고사건 자체인지 및 심판방법이 원판결 당시를 표준으로 기존의 소송자료에만 기초하여 심사하는 것인지 여부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심이 사후심이라는 사실 자체는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사유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항소심판결 중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다투었거나 직권 발동에 의해 심판대상이 됨으로써 판단된 사항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항소심판결의 판단 내용에 포함된 사실인정, 법령적용에 관한 사항도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에 속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해석이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④ 심급에 기초한 상소제도의 구성과 운영은 입법정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리,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규정과 헌법 제27조 제1항의 공정한 재판청구권 규정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므로,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취지는 유지되어야 하고, 현행 형사항소심의 구조를 기본적으로 속심제로 보는 이상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내용은 본질적인 면에서는 제1심에서의 그것과 같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사안과 같은 경우는 항소심이 파기 후 자판함으로써 제1심판결의 효력이 사실상 소멸되고 제1심판결 선고 직전 상태에서 항소심의 심리가 계속 이어져 항소법원이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표준으로 피고사건 실체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속심적 성격이 더욱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선고된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그 직전의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었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다음 심급인 상고심에서 항소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자유롭게 다툼으로써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⑤ 이 사건 사안에서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엄격하게 관철할 경우 피고인의 전략적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권리의 구제와 오판의 시정이라는 심급제도 및 상소제도 본래의 취지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절차가 운영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항소법원 모두에게 소송절차와 관련된 불필요한 비용이나 부담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결국 이 법리는 남상소를 방지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다. ⑥ 요컨대,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후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자판하면서 형을 높인 때에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유라 할지라도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사안에 대해서까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상소의 가능성과 그 의사는 판결 주문에 따라 결정되는데 항소심에서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된 점, 항소심의 파기 후 자판에 의한 판결 내용은 항소심의 고유한 판단이라는 점, 제1심과 항소심에서의 판결 결과에 따라 상소권 보장의 불균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점, 불필요한 항소를 유발하게 되어 심리부담 경감의 수단으로는 부적합한 점 등의 특수한 사정을 간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실질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사실상 박탈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주는 결과가 된다. 이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반한다.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심급제도 및 각 심급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이에 대응한 피고인의 소송상 지위 등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 법리 자체의 타당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와는 달리 명문의 규정이 없이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을 통해 인정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상고권을 행사할 기회는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위 법리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였을 때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심급에 따른 상소권 보장의 본질에 반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여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균형 있는 해석이 된다.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①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권자가 적법하게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으로 원심판결에 대한 것일 것과 제1호 내지 제4호의 각호에서 정한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이라는 두 가지만을 요구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요건 외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항소심에서 상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일 것’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위 규정의 문언에 따른 가능한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 그 밖에 형사소송법과 다른 법률을 살펴보아도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 규정을 전혀 찾을 수 없다. ②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재판을 통하여 원심판결에 관한 법령위반의 잘못을 최종적으로 바로잡음으로써 법률문제에 관하여 여러 개의 하급심의 판단이 서로 달라질 경우 발생하게 될 위법 상태 또는 법적 혼란 상태를 극복하는 것을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유일의 최상급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심판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하급심의 잘못된 법률의 해석·적용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피고인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고심이 법률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심판기관으로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심급제도와 상소제도에 관한 입법적 결단으로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상고심의 고유한 권한인 동시에 책무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서 규정하는 법령위반 등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이러한 법률문제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법률심인 상고심의 기능과 역할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형사소송법 제384조에 규정된 직권심판은 상고심의 의무가 아니라 권한으로서 그 발동 여부가 상고심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리하여 직권심판사항에 대해서는 그 위법사유가 긍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고심 스스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심판결을 파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 상고심이 제대로 직권심판권을 발동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상고심의 직권심판은 의무적 심판대상인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과 비교해 볼 때 법률심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흡하여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합리화할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④ 요컨대,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이유의 범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형사소송법, 그 밖의 관련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나 상고심의 적정한 기능 확보를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 및 법률심으로서 상고심의 기능이나 역할과도 배치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고심의 기능은 위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여 순수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유만으로 상고이유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2] 피고인들이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이유가 인용됨으로써 제1심판결이 파기되고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그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사안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들의 위 상고이유 주장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한 사례.
2019.3
[1] [다수의견] ① 형사소송법상 상고인이나 변호인은 소정의 기간 내에 상고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항소법원의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제379조 제1항, 제2항). 상고법원은 원칙적으로 상고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하고(제384조 본문),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하는데(제391조), 파기하는 경우에도 환송 또는 이송을 통해 항소심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함이 원칙이며 자판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제393조 내지 제397조). 또한 상고심은 항소심까지의 소송자료만을 기초로 하여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그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직권조사 기타 법령에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증거조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항소심판결 후에 나타난 사실이나 증거의 경우 비록 그것이 상고이유서 등에 첨부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위 규정 및 법리를 종합해 보면, 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이하 ‘상고이유 제한 법리’라고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상고심을 사후심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더라도 부적법한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상고심의 심판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심급제도의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형태 중에서 현행 제도가 사후심제 및 법률심의 방식을 선택한 입법적 결단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모든 사건의 제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법관에 의한 사실적·법률적 심리검토의 기회가 주어지고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음에도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다투지 아니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개개 사건에서 재판의 적정, 피고인의 구제 또는 방어권 보장과 조화되는 범위 내에서 재판의 신속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심급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실정법상의 제약으로서 그 합리성도 인정된다. ③ 상고심과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은 하급심판결에 대한 법령위반 등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기 위한 취지이다. 그리하여 먼저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을 통하여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이유를 주장하여 적절히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령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고, 상고심은 항소심판결 자체에 여전히 위법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위법을 간과하고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거나 제1심판결을 파기 후 자판하는 항소심판결에 고유한 법령적용의 위법이 있는 경우에 직권심판권을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위와 같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과 항소심의 두 심급에 걸쳐 마련되어 있는 직권심판권의 발동에 의해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위법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함에 따라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속하지 않았던 사항이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그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이를 통해 상고심의 사후심 및 법률심으로서의 기능과 피고인의 구제는 더욱 강화된다. ④ 형사소송법상 법관의 면전에서 당사자의 모든 주장과 증거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제1심법정에서의 절차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원칙적인 것이 되고, 다만 제1심의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심의 심판절차에도 준용되는 만큼(제370조), 항소심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러한 원칙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 반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은 상고장, 상고이유서 기타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제390조 제1항), 공판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피고인의 소환을 요하지 않는 등(제389조의2) 절차적인 면에서 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제1심 및 항소심과 상고심에 있어 심리절차상의 차이를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법원이 법관의 면전에서 사실을 검토하고 법령을 적용하여 판결한 사유에 대해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항소함으로써 죄의 성부에 관한 판단 내용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⑤ 양형이 원칙적으로 재량 판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은 심급제도하에서 양형 요소라는 동일한 심판대상에 관해 서로 다른 법원에서 고유의 권한으로 반복하여 심사가 이루어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발생된 결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1심과 항소심 사이의 양형 판단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달라졌다는 사정변경이 사후심 구조에 따른 상고이유 제한 법리의 타당성 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① 피고인이 유죄가 인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항소하고 검사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때 기초가 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변경은 제1심법원이 양형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상급심인 항소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발생 원인에 대해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결론에 승복함으로써 항소 당시에는 그 주장을 보류해 두었던 사실오인, 법령위반 등 사유를 항소심에서 형이 높아진 다음에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였을 때 이를 허용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고 있는 사유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여 상고하는 피고인의 태도를 항소 당시와는 모순되는 거동으로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를 남상고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상고이유를 항소 여부를 결정할 당시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② 상소제도와 관련하여 판결 주문은 피고인의 상소 가능성과 그 의사는 물론, 구체적인 상소이유의 내용과 범위를 전반적으로 결정짓는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판결 이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상소의 적법 여부,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를 판단할 때에도 양자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고 1차적으로 판결 주문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결 주문이 앞선 심급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고 그에 대해 피고인이 승복하지 않고 상소할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장할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도 주문의 정당성을 다툴 만한 것인 이상 가급적 널리 인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불이익한 재판 결과에 대한 소송절차상의 방어권으로서 피고인에 대해 상소권을 인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태도이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이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하고 검사의 항소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하 통틀어 ‘이 사건 사안’이라 한다)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주문에 대해 승복함으로써 그 결론이 유지되는 이상 적극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었고 설령 판결 이유 중의 사실인정, 법령적용 등에 불만이 있었더라도 항소하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판결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됨으로써 상고할 이익이나 필요성이 새로 발생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고함에 있어 판결 이유 중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유라도 이를 주장하여 항소심판결의 잘못을 충분히 다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사후심이란 원판결 자체를 심판대상으로 삼아 원판결의 당부를 제출된 상소이유에 따라 사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후심이 복심이나 속심 등 다른 심판구조와 대비되는 본질적인 특징은 심판대상이 원판결 자체인지 아니면 피고사건 자체인지 및 심판방법이 원판결 당시를 표준으로 기존의 소송자료에만 기초하여 심사하는 것인지 여부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심이 사후심이라는 사실 자체는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사유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항소심판결 중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다투었거나 직권 발동에 의해 심판대상이 됨으로써 판단된 사항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항소심판결의 판단 내용에 포함된 사실인정, 법령적용에 관한 사항도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에 속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해석이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④ 심급에 기초한 상소제도의 구성과 운영은 입법정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리,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규정과 헌법 제27조 제1항의 공정한 재판청구권 규정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므로,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취지는 유지되어야 하고, 현행 형사항소심의 구조를 기본적으로 속심제로 보는 이상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내용은 본질적인 면에서는 제1심에서의 그것과 같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사안과 같은 경우는 항소심이 파기 후 자판함으로써 제1심판결의 효력이 사실상 소멸되고 제1심판결 선고 직전 상태에서 항소심의 심리가 계속 이어져 항소법원이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표준으로 피고사건 실체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속심적 성격이 더욱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선고된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그 직전의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었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다음 심급인 상고심에서 항소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자유롭게 다툼으로써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⑤ 이 사건 사안에서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엄격하게 관철할 경우 피고인의 전략적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권리의 구제와 오판의 시정이라는 심급제도 및 상소제도 본래의 취지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절차가 운영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항소법원 모두에게 소송절차와 관련된 불필요한 비용이나 부담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결국 이 법리는 남상소를 방지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다. ⑥ 요컨대,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후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자판하면서 형을 높인 때에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유라 할지라도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사안에 대해서까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상소의 가능성과 그 의사는 판결 주문에 따라 결정되는데 항소심에서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된 점, 항소심의 파기 후 자판에 의한 판결 내용은 항소심의 고유한 판단이라는 점, 제1심과 항소심에서의 판결 결과에 따라 상소권 보장의 불균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점, 불필요한 항소를 유발하게 되어 심리부담 경감의 수단으로는 부적합한 점 등의 특수한 사정을 간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실질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사실상 박탈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주는 결과가 된다. 이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반한다.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심급제도 및 각 심급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이에 대응한 피고인의 소송상 지위 등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 법리 자체의 타당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와는 달리 명문의 규정이 없이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을 통해 인정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상고권을 행사할 기회는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위 법리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였을 때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심급에 따른 상소권 보장의 본질에 반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여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균형 있는 해석이 된다.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①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권자가 적법하게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으로 원심판결에 대한 것일 것과 제1호 내지 제4호의 각호에서 정한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이라는 두 가지만을 요구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요건 외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항소심에서 상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일 것’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위 규정의 문언에 따른 가능한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 그 밖에 형사소송법과 다른 법률을 살펴보아도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 규정을 전혀 찾을 수 없다. ②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재판을 통하여 원심판결에 관한 법령위반의 잘못을 최종적으로 바로잡음으로써 법률문제에 관하여 여러 개의 하급심의 판단이 서로 달라질 경우 발생하게 될 위법 상태 또는 법적 혼란 상태를 극복하는 것을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유일의 최상급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심판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하급심의 잘못된 법률의 해석·적용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피고인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고심이 법률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심판기관으로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심급제도와 상소제도에 관한 입법적 결단으로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상고심의 고유한 권한인 동시에 책무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서 규정하는 법령위반 등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이러한 법률문제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법률심인 상고심의 기능과 역할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형사소송법 제384조에 규정된 직권심판은 상고심의 의무가 아니라 권한으로서 그 발동 여부가 상고심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리하여 직권심판사항에 대해서는 그 위법사유가 긍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고심 스스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심판결을 파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 상고심이 제대로 직권심판권을 발동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상고심의 직권심판은 의무적 심판대상인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과 비교해 볼 때 법률심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흡하여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합리화할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④ 요컨대,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이유의 범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형사소송법, 그 밖의 관련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나 상고심의 적정한 기능 확보를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 및 법률심으로서 상고심의 기능이나 역할과도 배치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고심의 기능은 위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여 순수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유만으로 상고이유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2] 피고인들이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이유가 인용됨으로써 제1심판결이 파기되고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그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사안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들의 위 상고이유 주장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