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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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
[1] 공연히 타인을 모욕한 경우에 이를 처벌하는 것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반면에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글이 모욕적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이나 의견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로써 표현의 자유로 획득되는 이익 및 가치와 명예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다.군형법상 상관모욕죄를 적용할 때에도 충돌하는 기본권이 적절히 조화되고 상관모욕죄에 의한 처벌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보호에 더하여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해당 표현이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는 피해자 및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해당 표현으로 인한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의 침해 여부와 그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2] 부사관 교육생이던 피고인이 동기들과 함께 사용하는 단체채팅방에서 지도관이던 피해자가 목욕탕 청소 담당 교육생들에게 과실 지적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상관인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도라이’는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으나, 위 표현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단체채팅방은 동기생들만 참여대상으로 하는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하고 대화하고 있었던 점, 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위 단체채팅방에서 피고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위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점, 위 표현은 근래 비공개적인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표현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 표현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상관모욕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021.7
[1]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기물시설촉진법’이라 한다)은 폐기물처리시설 부지 확보 촉진과 그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원활히 하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폐기물시설촉진법 제9조 제3항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은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설치하여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를 선정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9. 6. 16. 대통령령 제215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7조 [별표 1]에 따르면 주민대표는 해당 폐기물처리시설이 입지하는 시ㆍ군ㆍ구에 거주하는 주민 중 해당 시ㆍ군ㆍ구의회에서 선정하되, 입지후보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를 1인 이상 포함하여야 하고, 주민대표는 전문가 위원을 추천할 권한을 가진다. 이와 같이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는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의 선정과 변경,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의 필요 여부, 공청회 또는 설명회의 개최 여부’ 등을 심의ㆍ의결하고(시행령 제11조 제1항), 지역 주민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수행한 타당성조사의 과정과 결과를 공람한 후 이에 대한 의견을 입지선정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시행령 제10조). 입지선정위원회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를 선정하는 의결기관이다.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에 일정 수 이상의 주민대표와 주민대표가 추천한 전문가 등이 포함되도록 하고 입지선정위원회에 주민들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 절차에서 주민들의 이익과 의사가 실질적으로 대변될 수 있도록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이나 소수 주민대표의 경솔한 결정으로 주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행정의 민주화와 신뢰를 확보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와 같이 입지선정 단계부터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이후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가 선정되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이 공고된 후에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ㆍ운영으로 인하여 환경상 영향을 받게 되는 주변영향지역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주민지원협의체의 구성과 활동을 통하여 주민참여의 기회가 보장된다(폐기물시설촉진법 제17조, 제17조의2).[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은 의견제출을 통한 행정절차 참여 등 법령에서 정하는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서 주민들의 행정절차 참여에 관하여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할 기회를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 그 자체가 사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행정절차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행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하는 공법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므로, 관련 행정처분의 성립이나 무효ㆍ취소 여부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이와 같은 행정절차상 권리의 성격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제출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이를 시정하여 절차를 다시 진행한 경우, 종국적으로 행정처분 단계까지 이르지 않거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철회한 경우, 행정소송을 통하여 처분이 취소되거나 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주민들이 절차적 권리의 행사를 통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도 주민들의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ㆍ증명책임은 이를 청구하는 주민들에게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주민들에게 행정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행정절차 참여권이 침해된 경위와 정도, 해당 행정절차 대상사업의 시행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