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5. 30. 2021헌바6 [합헌]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 등 위헌소원

[2024. 5. 30. 2021헌바6ㆍ137(병합)]


판시사항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에 대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과 동종의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도록 함으로써 법관으로 하여금 양형 판단 시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여 사법의 효율성을 도모한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청구권에 관한 합리적인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 제1항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 제1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86조 제2항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 제2항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7조의2

형사소송법 부칙(2017. 12. 19. 법률 제15257호) 제1조, 제2조



참조판례



헌재 1992. 6. 26. 89헌마132, 판례집 4, 387, 398

헌재 1995. 2. 23. 94헌마105, 판례집 7-1, 282, 286

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판례집 14-2, 473, 481

헌재 2009. 2. 26. 2007헌바8등, 판례집 21-1상, 45, 53

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등, 판례집 25-2상, 424, 436

헌재 2013. 9. 26. 2012헌마365, 판례집 25-2하, 94, 99

헌재 2014. 1. 28. 2012헌바298, 판례집 26-1상, 99, 106

헌재 2014. 7. 24. 2012헌바188, 판례집 26-2상, 32, 36

헌재 2018. 7. 26. 2016헌바159, 판례집 30-2, 39, 44

헌재 2023. 2. 23. 2018헌바513, 판례집 35-1상, 67, 70-72



당사자



청 구 인 1. 김○○(2021헌바6)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유정

2. 탁○○(2021헌바137)

대리인 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

담당변호사 이용호 외 2인

당해사건 1. 수원지방법원 2019고정1064 사기(2021헌바6)

2. 인천지방법원 2020노80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2021헌바137)



주문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21헌바6

(1) 청구인은 ‘○○구치소에서 알게 된 피해자에게 출소 후 영치금 200만 원을 넣어주면 본인 소유 벤츠 차량을 이전해주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취지의 범죄사실로 2019. 7. 24.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9고약9733).

(2) 청구인은 2019. 8. 5. 위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9고정1064), 그 소송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 중 ‘종류’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12. 7. 위 신청이 기각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20초기2670). 청구인은 2020. 12. 23. 위 기각 결정을 송달받았다.

(3) 이에 청구인은 2021. 1. 7.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 중 ‘종류’에 관한 부분 및 같은 법 제186조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한편, 수원지방법원은 2021. 1. 20. 청구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매우 많은 점, 청구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형이 가벼운 것으로 보이므로 약식명령의 벌금액을 증액하기로 하여 청구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2022. 2. 11. 기각되었고(수원지방법원 2021노515),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2021헌바137

(1) 청구인은 ‘인천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이 인천 동구 송현동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부스 설치를 위해 폴대를 이동하려 하자 손으로 폴대를 잡고 밀치는 방법으로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집회를 방해하였다’는 취지의 범죄사실로 2019. 8. 13.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9고약11351).

(2) 청구인은 2019. 8. 28. 위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19고정1685), 인천지방법원은 2020. 2. 20.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 및 그 연대자들의 평화집회를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한 것으로서 엄중히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청구인이 동인천역 북광장에 방문한 이유 및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청구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3) 청구인은 2020. 2. 26.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20노804), 항소심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을 하였으나, 2021. 4. 29.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 대한 부분은 기각되고, 같은 조 제2항에 대한 부분은 각하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20초기3951). 청구인은 2021. 5. 3. 위 기각 및 각하 결정을 송달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2021. 6. 2.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한편, 인천지방법원은 2021. 4. 29.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21. 7. 29. 기각되어(대법원 2021도6240),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심판대상

가.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인인 청구인이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나 주장 등 심판수행은 변호사인 대리인이 추인한 경우만이 적법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심판수행으로서의 효력이 있고 헌법소원심판대상이 된다(헌재 1992. 6. 26. 89헌마132). 그러므로 변호사인 대리인이 제출한 심판청구서에 청구인이 한 심판청구와 주장을 묵시적으로라도 추인하고 있다고 볼 내용이 없다면, 대리인의 심판청구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청구인의 그 전의 심판청구내용은 당해사건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헌재 1995. 2. 23. 94헌마105 참조).

2021헌바6 사건의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 중 ‘종류’에 관한 부분과 같은 법 제186조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 위 청구인의 국선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국선대리인이 제출한 청구이유보충서의 내용을 기준으로 심판대상을 확정하기로 한다.

나. 청구인들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같은 조 제2항에 대하여는 전혀 다투고 있지 않으므로 위 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다. 한편, 2021헌바6 사건의 청구인은 예비적으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불완전․불충분한 입법이라고 주장하며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툰다. 그러나 이러한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와 동일한 법률조항 또는 그 양적 일부분을 심판대상으로 하거나 주위적 심판청구의 위헌 주장을 보충하는 것에 불과한 주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청구인의 예비적 청구는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는다(헌재 2013. 9. 26. 2012헌마365; 헌재 2014. 7. 24. 2012헌바188 등 참조).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186조(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①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186조(피고인의 소송비용부담) ② 피고인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된 비용은 형의 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것)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부칙(2017. 12. 19. 법률 제15257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정식재판 청구 사건의 불이익변경의 금지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에 제453조에 따라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제457조의2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심판대상조항은 벌금액수를 상향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주저하게 한다. 이로써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헌법이 규정한 적법절차원칙의 구체적인 표현으

로 이해되고, 피고인만이 상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에 의해 형이 중하게 변경되지 않아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점에서 무기평등의 원칙을 실현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이 같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배제함으로써 적법절차원칙, 무기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2021헌바6).

다. 피고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게 되고, 약식절차는 검사의 구약식만으로 바로 피고인에 대한 형이 정해져 유죄가 추정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2021헌바137).

라. 심판대상조항은 형종상향금지를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 피고인을,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의 적용을 받는 피고인만 항소하거나 상고한 사건의 피고인, 재심 사건의 청구인, 그리고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고, 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7조의2(이하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이라 한다)가 적용되는 피고인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2021헌바137).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같은 종류의 형이면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심판대상조항이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위축시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2021헌바6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배제함으로써 무기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고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위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한다. 적법절차원칙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

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있다고 볼 것이어서, 결국 포괄적, 절차적 기본권으로 파악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영역과 사실상 중복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등 참조).

(3) 2021헌바137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을, 피고인이 상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의 피고인 및 재심 사건의 재심청구인,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의 시행 전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이 적용되는 피고인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하고 있으므로 위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람과 상소나 재심을 청구한 사람은 평등권 침해 여부 심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심판대상조항 시행 전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이 적용되는 피고인과 그 시행 후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피고인을 다르게 취급하는 문제는 불이익변경금지조항에 대한 경과조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부칙(2017. 12. 19. 법률 제15257호) 제2조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헌재 2023. 2. 23. 2018헌바513 참조). 따라서 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4) 2021헌바137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한다.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 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뜻하고, 여기서 불이익이란 유죄를 근거로 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취급을 가하는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4. 1. 28. 2012헌바298).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으로 하여금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지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인정이나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여 불이익을 과하는 것이 아니므로,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은 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함은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이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참조). 또한 헌법에 ‘공정한 재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재판청구권이 국민에게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의한 재판이 공정하여야만 할 것임은 당연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함께 보장된다고 보아야 하고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27조 제1항의 내용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해석하고 있다(헌재 2018. 7. 26. 2016헌바159).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고, 그것이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2009. 2. 26. 2007헌바8등 참조).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할지 여부는 입법자가 정식재판청구권 행사의 남용 가능성, 사법의 효율성, 사법역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으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인 형성에 관한 합리적인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판단

(가) 약식절차는 간단하고 경미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여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약식절차는 서면심리를 기초로 진행되고 피고인의 증거제출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가 남용되면 사법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약식절차의 기능이 형해화되고 형벌권이 약화되므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정식재판청구권 행사의 남용을 방지하여 사법의 효율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나)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와 관련하여 불이익변경금지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5. 12. 29. 법률 제5054

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더 중한 형을 선고받을 우려로 인하여 정식재판청구를 기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을 도입하였다. 그런데 불이익변경금지조항 도입 후, 정식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피고인이 벌금 집행의 지연 등을 위하여 정식재판청구를 남용하는 경우 등에도 약식명령에서 발령한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서면심리에 의한 재판인 약식명령이 공판절차를 거치는 정식재판에 의한 판결보다 우선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처벌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또한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이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의 도입 이전보다 6배 이상 급증함에 따라 사법역량이 경미한 사건에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는 경미한 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약식명령 제도의 취지에 오히려 반하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2017. 12. 19. 법률 제15257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불이익변경금지조항을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변경하여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다른 종류의 형이 아니라면,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헌재 2023. 2. 23. 2018헌바513 참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불이익변경금지조항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다른 종류의 형은 선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형종상향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과 동종의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도록 함으로써(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 법관으로 하여금 양형 판단 시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권 행사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여 사법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라)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정식재판절차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약식절차의 목적과 특징, 사법 효율성의 도모 필요성,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적용에 따른 문제점, 정식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청구권에 관한 합리적인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