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5. 11. 27. 2022헌바154 [합헌]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위헌소원

[2025. 11. 27. 2022헌바154]


판시사항



가. 근로계약 체결 시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에 관한 사항을 근로자에게 서면 교부의 방법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위반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구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및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가운데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근로계약 체결 시 중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 간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용이하게 하고자 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관한 규정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의 한정된 수범자인 사용자는 자신이 체결하고자 하는 근로계약상 임금의 계산방법의 구체적 의미를 충분히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의 중요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서면 교부의 방법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 들어설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근로자와 사용자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 객관적 입증이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에서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요구한 근로조건들은 근로자의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근로관계에서 분쟁 발생시 증명책임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키거나 근로기준법 다른 조항에서 최저 기준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는 계약의 자유 내지 직업의 자유 제한의 정도는 과도하지 않은데 반해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분쟁 예방, 해결 및 근로자 보호라는 공익은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구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본문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및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3조, 제15조, 제32조 제3항, 제37조 제2항, 제123조 제3항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제4호,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2018. 6. 29. 대통령령 제29010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판례집 18-2, 108, 117 헌재 2007. 7. 26. 2006헌가9, 판례집 19-2, 12, 21 헌재 2013. 12. 26. 2012헌바35등, 판례집 25-2하, 662, 667 헌재 2015. 7. 30. 2013헌바422, 판례집 27-2상, 170, 178-179 헌재 2023. 10. 26. 2023헌가1, 판례집 35-2, 466, 472 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1964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나. 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판례집 18-2, 108, 120-121 헌재 2012. 8. 23. 2011헌가22, 판례집 24-2상, 400, 409 헌재 2017. 10. 26. 2017헌바166, 판례집 29-2하, 79, 83 헌재 2021. 8. 31. 2018헌마563, 판례집 33-2, 187, 196-200 헌재 2025. 2. 27. 2021헌바111, 공보 341, 296, 301 헌재 2025. 7. 17. 2022헌바68, 공보 346, 721, 725



당사자



청 구 인 오○○(변호사)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노1948 근로기준법위반



주문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구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본문,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및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서울 ○○구 (주소 생략)에 있는 법률사무소 ○○ 대표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변호사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나. 청구인은 손○○과 2019. 7. 3.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에 관한 사항 등이 명시된 서면 등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약19328),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350).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노1948) 계속 중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초기2885),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 6. 10.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청구인은 2022. 7.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처벌규정인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에 관한 부분’을 심판대상으로 기재하였으나, 근로조건 명시의무가 계약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그 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하여 금지규정의 위헌성도 함께 다투고 있으므로 금지규정인 근로기준법 제17조 중 청구인과 관련된 부분을 심판대상에 포함한다.

한편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의 범죄사실로 인정된 부분은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ㆍ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같은 조 제2항 본문 및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및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으로 특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구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본문,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4조 제1호 중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및 제2항 본문에 관한 부분(이하 위 각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임금

2. 소정근로시간

3. 제55조에 따른 휴일

구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② 사용자는 제1항 제1호와 관련한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

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본문에 따른 사항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고, 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6조, 제16조, 제17조, 제20조, 제21조, 제22조 제2항, 제47조, 제53조 제4항 단서, 제67조 제1항ㆍ제3항, 제70조 제3항, 제73조, 제74조 제6항, 제77조, 제94조, 제95조, 제100조 및 제103조를 위반한 자

[관련조항]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된 것)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①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4.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

근로기준법 시행령(2018. 6. 29. 대통령령 제29010호로 개정된 것)

제8조(명시하여야 할 근로조건) 법 제17조 제1항 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1.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2. 법 제93조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사항

3. 사업장의 부속 기숙사에 근로자를 기숙하게 하는 경우에는 기숙사 규칙에서 정한 사항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 중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은 제수당의 계산방법 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그 내용이 불분명하므로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의 자유 등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고, 그 의무를 위반할 경우 노역장 유치에 처해질 수 있는 벌금형을 부과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과잉금지원칙과 실체적 적법절차에 위배되며,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ㆍ육성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23조 제3항에도 위배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한 근로조건이 법정 근로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사용자는 법정 근로조건을 이행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법정 근로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도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강제하고 그 위반행위를 형사처벌하므로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4. 판단

가. 쟁점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 중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은 그 내용이 불분명하여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를 고용하여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용자가 그 직업 활동의 일환으로 체결하는 계약의 내용을 제한하므로,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내지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에 처해지더라도 이러한 신체구금의 결과는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를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별도의 법률조항 또는 노역장 유치명령과 그에 대한 검사의 집행처분에 의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 내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3) 청구인은 적법절차원칙 위반에 대하여는 구체적 주장을 하지 아니한 채 심판대상조항이 과도하게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이상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 중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의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원칙이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한지 여부는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있는지 및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처벌법규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특정 조항 하나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

야 하며, 일반적이거나 불확정된 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는 해당 법률의 입법목적과 해당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야 한다(헌재 2013. 12. 26. 2012헌바35등; 헌재 2015. 7. 30. 2013헌바422 참조). 또한 처벌법규의 수범자들이 일정한 범위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헌재 2007. 7. 26. 2006헌가9; 헌재 2023. 10. 26. 2023헌가1 참조).

(2) 근로기준법 제1조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 법의 목적을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한 근로조건의 기준 규정’으로 선언하고 있다.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근로관계의 ‘성립’ 단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 들어서서 불리하거나 부당한 근로를 강요당하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며,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조항이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참조).

(3) 현실에서 근로의 종류 및 형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사업장마다 임금의 지급조건 등이 매우 다양하므로, 근로자의 임금을 이루는 구성 항목이 어떻게 되는지 및 그 구성항목별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관하여 모든 사업장을 망라하는 내용을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은 이와 같은 전제에서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규정하여(제2조 제1항 제5호), 구체적인 태양에 따라 실질을 기준으로 임금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 또한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며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ㆍ취업규칙ㆍ급여규정ㆍ근로계약ㆍ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구체적ㆍ실질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1964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등 참조).

(4) 한편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의 계산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함으로써 이를 명시할 의무가 있는 자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사용종속관계 아래에 두어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자’로서, 중요한 계약조건인 임금 등을 스스로의 책임과 계산하에 결정하는 주체이므로 자신이 체결하는 근로계약상 임금의 계산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

(5) 위와 같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 근로기준법의 체계 및 관련 조항들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 중 ‘임금의 계산방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월(일, 시간)급 및 기본급 외의 구체적인 급여 항목(성과급, 상여금, 수당 등)이 있는 경우 그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기준액, 비율, 산식 등을 의미한다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는 그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임금의 계산방법’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당사자간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반적으로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에 적합하도록 최저기준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을 제정하게 하고 있는 위 헌법 제32조 제3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수정을 의미한다(헌재 2025. 7. 17. 2022헌바68 참조).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의 중요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서면 교부의 방법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그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 들어서서 불리하거나 부당한 근로를 강요당하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분쟁을 예방하며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당해 근로조건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용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77 참조).

(2) 침해의 최소성

(가)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어서 행정질서벌을 과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하여서 행정형벌을 과하여야 하는지는 당해 위반행위가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정도와 가능성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형벌을 과하여야 하는 경우, 법정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하는 것은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허용되는 입법자의 재량이다(헌재 2012. 8. 23. 2011헌가22; 헌재 2017. 10. 26. 2017헌바166; 헌재 2025. 2. 27. 2021헌바111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에 관한 사항 등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 유지에 필수적인 수단에 해당하고, 근로시간과 휴일은 육체적ㆍ정신적 긴장과 노동력의 과도한 소모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근로자들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여가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헌재 2021. 8. 31. 2018헌마563 참조). 오늘날 노동현실에서도 여전히 근로조건에 대한 분쟁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근로조건 명시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여 근로자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거나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사용자에게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할 의무를 부여하고 그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는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청구인은 근로관계에 관한 분쟁 발생 시 근로조건에 관한 증명책임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근로조건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자체로 사후에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이 유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고, 근로자로서는 불분명한 근로조건에 대하여 법적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사용자의 근로조건 이행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대안은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한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청구인은 근로조건의 명시 없이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최저기준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최저기준이 정해진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 발생 시 해당 근로조건에 대해 객관적 입증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심판대상조항의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계약 시 사용자가 임금의 세부항목이나 계산방법, 휴일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불필요하고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서면 교부ㆍ명시 의무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 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분쟁 예방ㆍ해결 및 근로자 보호라는 공익은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였다.

(4) 소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 내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라.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원칙은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처벌금지원칙은 처벌이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행해질 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대상이 동일한 행위인지의 여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야 한다(헌재 2004. 2. 26. 2001헌바80등 참조).

청구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근로조건의 명시의무 위반 시에도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 근로조건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와 근로조건 명시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

리하는 행위이므로 위 각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중소기업 보호ㆍ육성의무 위반 여부

중소기업은 생산과 고용의 증대에 기여하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기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업과 기업 간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전체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비하여 자금력, 기술수준, 경영능력 등에 있어서 열세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경영의 합리화와 경쟁력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헌법은 이와 같이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제123조 제3항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를 국가 경제정책적 목표로 명문화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통하여 경쟁에서의 불리함을 조정하여야 할 국가의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참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고용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아니며 중소기업의 보호ㆍ육성을 방기하는 내용과도 무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123조 제3항에 규정된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ㆍ육성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