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4. 4. 25. 2021헌마1258 [기각]
출처
헌법재판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위헌확인
[2024. 4. 25. 2021헌마1258]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점, 단순한 진정 또는 서명행위라 할지라도 각종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행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점, 위와 같은 행위는 정파적 또는 당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커서 그로부터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점,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지 않고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마련되어 있는 점 및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한다는 공익의 중요성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규정은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또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
헌법 제21조 제1항, 제37조 제2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2조, 제3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제39조 제1항, 제2항, 제40조 제1항, 제2항, 제41조 제1항, 제2항, 제42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제2항, 제44조, 제45조 제1항, 제52조 제1항, 제2항
헌재 2007. 8. 30. 2003헌바51등, 판례집 19-2, 213, 229
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판례집 23-2하, 739, 756
헌재 2012. 5. 31. 2009헌마705등, 판례집 24-1하, 541, 566
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판례집 26-2상, 242, 257
헌재 2016. 2. 25. 2013헌바111, 판례집 28-1상, 42, 52
헌재 2018. 4. 26. 2016헌마611, 판례집 30-1하, 21, 35
헌재 2020. 4. 23. 2018헌마550, 판례집 32-1상, 477, 482
청 구 인 박○○(군법무관)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21. 8. 1. 단기법무장교로 임용되어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장교이다. 청구인은 군인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가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0.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전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청구인은 ‘장교’이므로,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군인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
[관련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군인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노동단체의 결성,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2. 군무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결사 및 단체행동
3. 집단으로 상관에게 항의하는 행위
4. 집단으로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행위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군의 기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군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아 군 외부로 불만이 표출될 경우, 이는 오히려 군의 기강 유지라는 목적을 저해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될 경우, 이는 군인복무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따라서 군무에 영향을 주기 위한 단체행동이나 상관에게 항명하는 행위가 아닌, 단순히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까지 집단행위라는 이유로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군의 기강 유지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데에 비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군인 개개인이 받는 기본권 제한은 중대하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이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장교의 집단적인 표현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결사의 자유도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결사의 자유라 함은 다수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결사’란 자연인 또는 법인의 다수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공동목적을 위하여 자
유의사에 기하여 결합하고 조직화된 의사형성이 가능한 단체를 의미한다(헌재 2016. 4. 28. 2014헌바442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장교의 집단행위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단체를 통한 행위를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므로 결사의 자유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헌법 제7조 제1항, 제2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에 해당하는 군인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는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따르는 의무를 부담한다(헌재 2007. 8. 30. 2003헌바51등 참조).
나아가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군이란 궁극적으로 무력에 의하여 국가를 수호하고 국토를 방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전함을 그 사명으로 하므로 이러한 군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특수한 조직과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이 필요하다(헌재 2016. 2. 25. 2013헌바111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와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은 제5조 제2항을 통해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8. 4. 26. 2016헌마611 등 참조).
헌법이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보장하는 것은 그것이 민주정치 실현에 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국민의 정치적ㆍ사회적 의사형성 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만, 다수의 집단행위는 그 행위의 속성상 의사표현 수단으로서의 개인행동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진정 또는 서명행위라 할지라도 각종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행위는 그 자체로 군기를 문란하게 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자칫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를 파괴하여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폐해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단 진정 내지 서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반목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며, 이를 계기로 군대 내에서 사적인 무리지음이 나타나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다) 특히 장교의 경우에는 그 폐단이 더욱 클 수 있다. 군은 계급적 구분을 기준으로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병의 순서로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편제되어 있다(군인사법 제3조, 제4조). 그 중 장교는 군을 지휘ㆍ통제하고, 준사관과 부사관, 병은 장교의 지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개별적인 진정 내지 이의제기 방식이 아니라,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과연 그 집단의 의사가 각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교는 자신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지휘 하에 있는 군인들의 의사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집단 진정이나 서명행위에 이들을 동원할 수도 있다.
(라) 일반적으로 집단적 표현행위는 사회적 약자가 일정한 세력을 이루어 사회적 강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군의 지휘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장교들에게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장교라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가 훼손되어 군무의 공정성
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더욱이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 또는 특정 정치인을 지목하여 찬성 또는 반대하는 형태의 의사표시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러한 주장 자체로 정파적 또는 당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설령 그러한 행위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을 해결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그로부터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마)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1항은 군인은 군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 등 군에 유익한 의견이나 복무와 관련된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0조 제1항은 군인은 근무여건ㆍ인사관리 및 신상문제 등에 관하여 군인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2항, 제40조 제2항에 따르면 군인은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는다.
군인복무기본법 제41조 제1항, 제2항, 제42조 제1항은 군인이 군 생활에 따른 부적응에 관한 사항, 가족관계 및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군 내 기본권 침해에 관한 사항, 질병ㆍ질환 및 건강 악화 등 신체에 관한 사항, 장기복무 군인가족의 자녀교육 및 현지생활 부적응 등 사회복지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군 생활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상담 등을 하기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부대 또는 기관에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두도록 하고 있고,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등 성(性)관련 고충 상담을 전담하기 위하여 성(性)고충 전문상담관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군인의 기본권 보장 및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군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 제1항은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제42조 제1항에 따른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2항에서 “군인은 제1항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권리구제수단에 더하여 군인복무기본법 제44조는 “누구든지 제43조에 따른 보고, 신고 또는 진정 등을 한 사람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제45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신고 등을 이유로 신고자에게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신고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제52조 제1항, 제2항에서 “제44조를 위반하여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9조 제2항 또는 제40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견 건의 또는 고충심사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신고자의 보호 등과 관련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도 제12조에서 징계권자는 신고자 등 보호의무 위반(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신고자 등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 신고자 등을 색출하거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사건의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발견하고 규명하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필요할 수 있고,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이 개별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인복무기본법은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등을 한 경우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바)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하거나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장교는 군대 내부의 절차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한 군대 외부의 절차를 통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해결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행위는 군인복무기본법에서 폭넓게 보호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고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제한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하거나 서명하는 행위가 금지되기는 하나,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장교의 표현의 자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정도로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고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한다는 공익은,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함에 따라 장교가 제한받게 되는 사익보다 작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4)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그 입법목적이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 발견의 수단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참조).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규정은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2) 2015. 12. 29.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던 구 군인복무규율(1998. 12. 31. 대통령령 제15954호로 개정되고, 2015. 7. 13. 대통령령 제263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ㆍ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 군인복무규율이 폐지된 후 신설된 심판대상조항은 군 외부뿐만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할 수 없도록 한바, 이는 금지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이전보다 확대한 것이다.
(3) 다수의 집단행위가 그 행위의 속성상 의사표현 수단으로서 개인행동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만으로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곧바로 어떠한 구체적 위험성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그 위험성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위험이 구체화되지 않거나 그와 같은 행위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침해의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지 않은 경우에서부터, 구체적인 위험성을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규제의 필요성은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만약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되어 집단으로 상관에게 항의하는 행위, 집단으로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군인복무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4호의 사유로도 이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으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4) 한편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에는 장병들을 위한 병영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건의사항이나, 군대 내의 부조리나 비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가 일률적으로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84조의2는 “제44조ㆍ제45조 또는 제66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해 공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헌재 2020. 4. 23. 2018헌마550 등 참조).
즉,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으므로, 그에 더하여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5)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자칫 정치 운동으로 변색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장교가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과 같은 입장이라는 이유로, 이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ㆍ반대의사로 보거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보아서는 안 되고, 그것이 장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인지 아니면 특정 정파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
인지, 반대하는 내용이 진실하고 공정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이고 편파적인 것인지,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2. 5. 31. 2009헌마705등 중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이정미의 일부반대의견 참조).
나아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84조 제1항은 “제65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복무기본법 제33조 역시 정치 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정치 운동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이미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중립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에 대한 의사표현까지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6) 군인복무기본법은 지휘계통에 따라 개별적으로 군과 관련된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보호 규정들을 두고 있기는 하다(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40조, 제43조 내지 제45조, 제52조).
그러나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군의 특성상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개별적으로 상관에게 건의하거나, 진정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설령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의견 건의를 하거나 고충심사를 청구하더라도 이는 해당 사안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군인복무기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법들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와 같은 정도로 실효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다수가 공감할 경우,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것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제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다.
(7)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여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핵심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라는 공익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유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며,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공익에 부합하고, 정치적 중립성과도 무관하며,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건전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할 경우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효과적으로 발견되거나 해결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자칫 군대 내의 더 큰 갈등으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토방위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고 구체적이며, 이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제31조 제1항 제5호 위헌확인
[2024. 4. 25. 2021헌마1258]
판시사항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점, 단순한 진정 또는 서명행위라 할지라도 각종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행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점, 위와 같은 행위는 정파적 또는 당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커서 그로부터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점,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지 않고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군인복무기본법에 마련되어 있는 점 및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한다는 공익의 중요성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규정은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또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1항, 제37조 제2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2조, 제3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제39조 제1항, 제2항, 제40조 제1항, 제2항, 제41조 제1항, 제2항, 제42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제2항, 제44조, 제45조 제1항, 제52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헌재 2007. 8. 30. 2003헌바51등, 판례집 19-2, 213, 229
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판례집 23-2하, 739, 756
헌재 2012. 5. 31. 2009헌마705등, 판례집 24-1하, 541, 566
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판례집 26-2상, 242, 257
헌재 2016. 2. 25. 2013헌바111, 판례집 28-1상, 42, 52
헌재 2018. 4. 26. 2016헌마611, 판례집 30-1하, 21, 35
헌재 2020. 4. 23. 2018헌마550, 판례집 32-1상, 477, 482
당사자
청 구 인 박○○(군법무관)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21. 8. 1. 단기법무장교로 임용되어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장교이다. 청구인은 군인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가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0.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5호 전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청구인은 ‘장교’이므로,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5호 중 ‘장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군인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
[관련조항]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2015. 12. 29. 법률 제13631호로 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군인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노동단체의 결성,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2. 군무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결사 및 단체행동
3. 집단으로 상관에게 항의하는 행위
4. 집단으로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행위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군의 기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군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아 군 외부로 불만이 표출될 경우, 이는 오히려 군의 기강 유지라는 목적을 저해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될 경우, 이는 군인복무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따라서 군무에 영향을 주기 위한 단체행동이나 상관에게 항명하는 행위가 아닌, 단순히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까지 집단행위라는 이유로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군의 기강 유지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데에 비하여,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군인 개개인이 받는 기본권 제한은 중대하고 직접적이며 구체적이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장교의 집단적인 표현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결사의 자유도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결사의 자유라 함은 다수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결사’란 자연인 또는 법인의 다수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공동목적을 위하여 자
유의사에 기하여 결합하고 조직화된 의사형성이 가능한 단체를 의미한다(헌재 2016. 4. 28. 2014헌바442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장교의 집단행위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단체를 통한 행위를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므로 결사의 자유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헌법 제7조 제1항, 제2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에 해당하는 군인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는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따르는 의무를 부담한다(헌재 2007. 8. 30. 2003헌바51등 참조).
나아가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군이란 궁극적으로 무력에 의하여 국가를 수호하고 국토를 방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전함을 그 사명으로 하므로 이러한 군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특수한 조직과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이 필요하다(헌재 2016. 2. 25. 2013헌바111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와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은 제5조 제2항을 통해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8. 4. 26. 2016헌마611 등 참조).
헌법이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보장하는 것은 그것이 민주정치 실현에 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국민의 정치적ㆍ사회적 의사형성 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만, 다수의 집단행위는 그 행위의 속성상 의사표현 수단으로서의 개인행동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특수한 신분과 지위에 있는 군인의 집단행위에 대하여는 보다 강화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진정 또는 서명행위라 할지라도 각종 무기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집단행위는 그 자체로 군기를 문란하게 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자칫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를 파괴하여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폐해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단 진정 내지 서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반목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며, 이를 계기로 군대 내에서 사적인 무리지음이 나타나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다) 특히 장교의 경우에는 그 폐단이 더욱 클 수 있다. 군은 계급적 구분을 기준으로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병의 순서로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편제되어 있다(군인사법 제3조, 제4조). 그 중 장교는 군을 지휘ㆍ통제하고, 준사관과 부사관, 병은 장교의 지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개별적인 진정 내지 이의제기 방식이 아니라,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과연 그 집단의 의사가 각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교는 자신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지휘 하에 있는 군인들의 의사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집단 진정이나 서명행위에 이들을 동원할 수도 있다.
(라) 일반적으로 집단적 표현행위는 사회적 약자가 일정한 세력을 이루어 사회적 강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군의 지휘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장교들에게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장교라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가 훼손되어 군무의 공정성
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더욱이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 또는 특정 정치인을 지목하여 찬성 또는 반대하는 형태의 의사표시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러한 주장 자체로 정파적 또는 당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설령 그러한 행위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을 해결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그로부터 군 전체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마)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있는 경우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1항은 군인은 군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 등 군에 유익한 의견이나 복무와 관련된 정당한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지휘계통에 따라 단독으로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0조 제1항은 군인은 근무여건ㆍ인사관리 및 신상문제 등에 관하여 군인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2항, 제40조 제2항에 따르면 군인은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는다.
군인복무기본법 제41조 제1항, 제2항, 제42조 제1항은 군인이 군 생활에 따른 부적응에 관한 사항, 가족관계 및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군 내 기본권 침해에 관한 사항, 질병ㆍ질환 및 건강 악화 등 신체에 관한 사항, 장기복무 군인가족의 자녀교육 및 현지생활 부적응 등 사회복지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군 생활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상담 등을 하기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부대 또는 기관에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두도록 하고 있고,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등 성(性)관련 고충 상담을 전담하기 위하여 성(性)고충 전문상담관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군인의 기본권 보장 및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군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군인복무기본법 제43조 제1항은 “군인은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제42조 제1항에 따른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2항에서 “군인은 제1항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권리구제수단에 더하여 군인복무기본법 제44조는 “누구든지 제43조에 따른 보고, 신고 또는 진정 등을 한 사람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제45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신고 등을 이유로 신고자에게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신고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제52조 제1항, 제2항에서 “제44조를 위반하여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9조 제2항 또는 제40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견 건의 또는 고충심사 청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신고자의 보호 등과 관련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국방부 군인ㆍ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도 제12조에서 징계권자는 신고자 등 보호의무 위반(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신고자 등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 신고자 등을 색출하거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사건의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발견하고 규명하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필요할 수 있고,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이 개별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인복무기본법은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등을 한 경우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바)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하거나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장교는 군대 내부의 절차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한 군대 외부의 절차를 통하여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해결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행위는 군인복무기본법에서 폭넓게 보호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고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제한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장교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하거나 서명하는 행위가 금지되기는 하나,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장교의 표현의 자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정도로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고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한다는 공익은, 심판대상조항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함에 따라 장교가 제한받게 되는 사익보다 작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4)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군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를 확립하여 군의 전투력을 유지, 강화하고 이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그 입법목적이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 발견의 수단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참조).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규정은 설령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이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안고 있는 위헌성을 최대한 제거할 필요가 있다.
(2) 2015. 12. 29.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던 구 군인복무규율(1998. 12. 31. 대통령령 제15954호로 개정되고, 2015. 7. 13. 대통령령 제263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4항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ㆍ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을 통하여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 군인복무규율이 폐지된 후 신설된 심판대상조항은 군 외부뿐만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할 수 없도록 한바, 이는 금지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이전보다 확대한 것이다.
(3) 다수의 집단행위가 그 행위의 속성상 의사표현 수단으로서 개인행동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만으로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곧바로 어떠한 구체적 위험성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는 그 위험성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위험이 구체화되지 않거나 그와 같은 행위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침해의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지 않은 경우에서부터, 구체적인 위험성을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규제의 필요성은 개별적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만약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오ㆍ남용되어 집단으로 상관에게 항의하는 행위, 집단으로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군인복무기본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4호의 사유로도 이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으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4) 한편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에는 장병들을 위한 병영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건의사항이나, 군대 내의 부조리나 비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가 일률적으로 군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84조의2는 “제44조ㆍ제45조 또는 제66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해 공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4. 8. 28. 2011헌바32등; 헌재 2020. 4. 23. 2018헌마550 등 참조).
즉,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으므로, 그에 더하여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5)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자칫 정치 운동으로 변색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장교가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과 같은 입장이라는 이유로, 이를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ㆍ반대의사로 보거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보아서는 안 되고, 그것이 장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인지 아니면 특정 정파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
인지, 반대하는 내용이 진실하고 공정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이고 편파적인 것인지,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위인지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헌재 2012. 5. 31. 2009헌마705등 중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이정미의 일부반대의견 참조).
나아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84조 제1항은 “제65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복무기본법 제33조 역시 정치 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정치 운동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이미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중립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에 대한 의사표현까지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6) 군인복무기본법은 지휘계통에 따라 개별적으로 군과 관련된 의견 건의나 고충심사 청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병영생활에서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또는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보호 규정들을 두고 있기는 하다(군인복무기본법 제39조, 제40조, 제43조 내지 제45조, 제52조).
그러나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군의 특성상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개별적으로 상관에게 건의하거나, 진정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설령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의견 건의를 하거나 고충심사를 청구하더라도 이는 해당 사안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군인복무기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다른 방법들이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와 같은 정도로 실효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에 대하여 다수가 공감할 경우,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것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제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다.
(7)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킬 만한 것인지, 그 목적이 공익에 반하는지,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장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도록 하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군조직의 고도의 질서 및 규율을 유지하여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핵심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라는 공익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유로 장교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며,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집단으로 진정 또는 서명하는 행위가 공익에 부합하고, 정치적 중립성과도 무관하며, 군기를 문란하게 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무에 관한 고충사항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건전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할 경우 군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이 효과적으로 발견되거나 해결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자칫 군대 내의 더 큰 갈등으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토방위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고 구체적이며, 이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