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7. 15. 2020헌바1 [합헌,각하]
출처
헌법재판소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건 2020헌바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위헌소원 등
청구인 전○○(변호사)
당 해 사 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57062 손해배상(기)
선고일 2021. 7. 15.
주문
1. 국가배상법(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변호사로서 건물명도 사건에서 임차인인 피고 측을 대리하였는데, 담당 판사의 잘못된 법률 적용으로 일부 패소하여 의뢰인 측이 항소심에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와 담당 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592950). 법원은 2019. 9. 17.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항소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57062), 항소심 계속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2. 17. 기각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기51502). 이에 청구인은 2020. 1.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전체와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는 판사 등 일부 공무원의 경우 직무의 특성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달리 규율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들 가운데 이와 관련 있는 부분만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가배상법(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과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가배상법(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된 것)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단서 생략)
[관련조항]
국가배상법(2016. 5. 29. 법률 제14184호로 개정된 것)
제2조(배상책임) ① (본문 생략) 다만, 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ㆍ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戰死)ㆍ순직(殉職)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ㆍ유족연금ㆍ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법원 공무원 등의 경우 법을 다루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고, 법을 위반할 위험성이 상존하므로,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 동일한 요건 아래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를 규정할 수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획일적으로 이를 규정하여 헌법 제11조에 위반된다.
이 사건 판결은 법관에 대하여는 ‘고의 또는 과실’ 유무가 아닌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 헌법 제11조, 제29조 및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을 위배하였다.
4.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때에 당사자가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배척하였을 경우 법원의 제청에 갈음하여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써 심판청구를 하는 것이므로, 그 심판의 대상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판결에 대한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법원의 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헌재 2009. 10. 29. 2008헌바101 참조).
5.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
청구인은 법관의 경우 법을 다루는 것을 주업무로 하고, 법을 위반할 위험성이 상존하므로,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 동일한 요건 아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규정할 수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획일적으로 이를 규정하여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구인은 나아가 경찰, 검찰, 법원 공무원과 일반 공무원과의 차별도 주장하고 있으나, 당해사건은 법관의 재판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법관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동일하게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펴본다.
나. 판단
(1) 평등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입법자는 이로써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비교될 수 있는 두 사실관계가 모든 관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정 요소에 있어서만 동일한 경우에 비교되는 두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어떠한 요소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가가 문제된다. 두 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헌재 2003. 1. 30. 2001헌가4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을 법률로 구체화한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고 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을 법률에 유보하고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규정하는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국가배상제도는 나라마다 그 내용이나 발전과정이 한결같지는 않지만,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점차 국가배상청구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법치국가원리는 국가에 의한 적법한 공권력 행사를 전제로 하므로, 국가에 대해 위법한 행위의 결과를 가능한 한 광범하게 제거할 것과 위법하게 행사된 공권력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효과적인 손해보전을 행할 것을 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배상책임제도는 법치국가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참조).
이와 같이 국가배상법은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국가의 공권력 행사는 적법해야 함을 전제로 모든 공무원의 직무행위상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예외는 헌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경우뿐이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의 의미와 목적을 살펴볼 때 법관과 다른 공무원은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을 법률로 구체화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의 위반’을 규정하고 있다.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고의란 ‘누군가 타인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인용’을 의미하고, 과실이란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위가 누군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다는 것을 부주의로 예견하지 못하였거나(예견의무 위반), 손해 방지를 위한 조치가 객관적으로 보아 적절치 못하였거나 불충분한 상태(회피의무 위반)’를 의미한다(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참조).
객관적 구성요소로서 위법성(법령 위반)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법령 위반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 금지, 신의칙, 공서양속도 포함하여 당해 직무행위가 객관적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0다22607 판결 등 참조). 이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법원이 직무행위의 성질·태양 및 원인, 피침해이익의 종류·성질 및 정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법관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입법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같게 취급한 것으로 차별취급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