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1. 4. 29. 2019헌바83 [합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위헌소원

[2021. 4. 29. 2019헌바83]


판시사항



1.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 가액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이하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이라 한다)을 소지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제2호 중 마약류관리법 제60조 제1항 제2호 가운데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 심판대상조항이 마약류 종류에 따른 구별 없이 가액만을 기준으로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의 ‘가액’은 그 문언상 의미에 비추어 ‘시장에서의 통상 거래가액’을 의미하는 점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예측 가능하다. 대법원도 마약류 가액은 ‘시장에서의 통상 거래가액’을 의미하고, 통상 거래가액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실지 거래된 가액’에 의한다고 판시하여 마약류 가액산정에 대한 합리적 해석기준을 제시해오고 있다. 마약류가 거래금지품목으로 시장거래가액을 쉽게 파악할 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암거래 시장 등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상 파악이 불가능하지 않고, 법원의 사실인정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또는 매매의 알선을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이하 ‘매매소지’라 한다)는 매도행위로 이어져 마약류의 확산을 촉진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과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그 외 소유, 사용, 관리, 제공 등을 위해 소지하는 행위(이하 ‘단순소지’라 한다)의 경우에도,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와 같은 대량의 마약류 소지는 마약류시장의 특성상 다시 유통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설령 단순 소비만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집단투약의 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매매소지뿐 아니라 단순소지라 하더라도 대량의 나목 향정신성의약품 소지행위는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가중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3년으로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가 가능하다. 한편, 마약범죄는 유통되는 마약류의 가액에 따라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가 가중되는 특징을 보이는바, 가액의 다과는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심판대상조항은 마약류관리법과 달리 마약 및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나목 및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의 구별 없이 가액만을 기준으로 그 단순소지를 동일하게 가중처벌하고 있으나, 대량의 소지행위인 경우 유통의 가능성을 높여 마약류의 대량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나 사회적 위험성이 가중된다. 이와 같이 행위유형이 갖는 사회적 위험성이 크면 마약류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그 불법성을 동일하게 높게 평가하여 법정형에 반영하는 입법적 기조가 불합리하다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11조 제2항 제2호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1항 제2호 가운데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에 관한 부분



참조판례



1. 헌재 2015. 3. 26. 2012헌바297, 판례집 25-2하, 673, 685

2. 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판례집 15-2, 242, 252-253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판례집 24-2상, 471, 483 헌재 2019. 2. 28. 2016헌바382, 판례집 31-1, 22, 28

3. 헌재 2009. 2. 26. 2008헌바9, 판례집 21-1상, 137, 147 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판례집 22-2하, 368, 382 헌재 2010. 2. 25. 2008헌가20, 판례집 22-1상, 11, 31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1, 판례집 24-1하, 411, 416



당사자



청 구 인김○○

대리인 변호사 손영기 외 1인

당해사건대법원 2018도1847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주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11조 제2항 제2호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1항 제2호 가운데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10. 16.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약 58.5g이 들어 있는 투명 비닐 지퍼백 6개를 보관하여 약 14,625,000원 상당의 메트암페타민을 소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8. 4. 27.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제2호 등을 적용받아 징역 6년 등을 선고받고(대구지방법원 2017고합502), 항소하여 2018. 10. 31. 징역 4년 등을 선고받았다(대구고등법원 2018노204).

나. 이에 청구인은 상고하고(대법원 2018도18473), 재판 계속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대법원 2019초기70) 2019. 1. 31. 상고가 기각됨과 동시에 위헌법

률심판제청신청이 기각되자, 2019. 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전부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당해사건에서 청구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 제2호 중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에 관한 죄를 범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중 제2호에 의하여 가중처벌되자 이를 문제 삼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11조 제2항 제2호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된 것, 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제60조 제1항 제2호 가운데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11조(마약사범 등의 가중처벌) ②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및 제60조에 규정된 죄(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한 죄만 해당한다)를 범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2. 소지ㆍ소유ㆍ재배ㆍ사용ㆍ수출입ㆍ제조 등을 한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7호로 개정된 것)

제11조(마약사범 등의 가중처벌) ②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및 제60조에 규정된 죄(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한 죄만 해당한다)를 범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소지ㆍ소유ㆍ재배ㆍ사용ㆍ수출입ㆍ제조 등을 한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천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된 것)

제6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조제, 투약, 제공한 자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자

② 상습적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加重)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에 규정된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4조(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①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나.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된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다. 가목과 나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그리 심하지 아니한 신체적 의존성을 일으키거나 심한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소지한 마약류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가액의 산정 기준은 법정형 및 처단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대검찰청 마약과에서 발간하는 ‘마약류 월간동향’을 기준으로 삼게 되므로,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소지’와 마약류관리법의 ‘소지’에 대한 처벌체계가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심판대상조항이 마약류를 매매 또는 매매의 알선을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이하 ‘매매소지’라 한다)와 그 외 소유, 사용, 관리, 제공 등을 위해 소지하는 행위(이하 ‘단순소지’라 한다) 및 수출입ㆍ제조하는 행위를 모두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소지한 행위를 상습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이 형벌체계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마약류 규제 및 가중처벌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마약류’라 함은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총칭하는바(제2조 제1호), 신체적 의존성이나 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법에 의해 지정된 약물을 말한다. 마약류 중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하는데(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의 정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지 여부, 오ㆍ남용할 경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정도에 따라 5가지로 구분된다(제2조 제3호 가목부터 마목, 이하 각 ‘가목, 나목, 다목, 라목, 마목 향정신성의약품’이라 한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마약류의 수출입ㆍ제조, 매매, 소지ㆍ소유, 사용 등을 금지하고(제3조, 제4조 등), 이를 위반한 경우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제58조 내지 제61조). 특정범죄가중법은 1960년대 사회적으로 마약류범죄를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제정되면서 당시 ‘마약법’에 규정된 특정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하게 되었는데(제11조), 이 때 가중적 구성요건의 표지는 해당 마약류의 ‘가액’이었고, 이는 현재에도 동일하다. 다만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가액은 점차 상향조정되어 현행 특정범죄가중법 제11조는 제1항에서 수출입ㆍ제조 등을 한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천만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제1호),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제2호) 처하도록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소지ㆍ사용 등을 한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천만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제1호),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제2호)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나목 향정신성의약품 소지죄를 범한 사람이 소지한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가액’을 가중적 구성요건의 표지로 삼고 있다. 그런데 ‘가액’의 의미가 무엇인지, 산정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2)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의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하는 모든 경우에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바, 이러한 가중내용이 죄질과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원칙에 반하는지 문제된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소지’와 마약류관리법의 ‘소지’에 대한 처벌체계가 형벌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약류관리법은 마약,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소지죄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제59조 제1항 제3호, 제5호, 제9호), 나목,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소지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제60조 제1항 제2호) 마약류의 종류에 따라 법정형에 차등을 두고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마약류의 종류에 따른 구별 없이 가액만을 기준으로 동일하게 가중처벌하고 있는바, 이것이 현저히 형벌체계의 균형을 잃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4)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마약류의 소지행위와 수출입ㆍ제조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특정범죄가중법 제11조 제2항 제2호는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ㆍ사용한 행위(마약류관리법 제59조 제1항 제5호), 나목,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ㆍ수수ㆍ소지ㆍ사용한 행위(마약류관리법 제60조 제1항 제2호),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ㆍ제조한 행위(마약류관리법 제59조 제1항 제10호), 라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ㆍ제조한 행위(마약류관리법 제60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일 경우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이는 동일한 마약류에 대해 행위의 태양에 따른 불법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한 것이 아니라 마약류의 약성과 행위의 경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법정형이 동일하게 된 것이므로 청구인 주장과 같은 평등원칙 위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주

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또한, 청구인은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죄와 그 상습범은 형의 경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이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은 결국 행위에 상응하는 적정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으로 책임과 형벌 간 비례관계가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다투는 것과 다르지 아니한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12조,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 이념이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 개념만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적용대상자와 구체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행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5. 3. 26. 2012헌바297 참조).

(2)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은 소지한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가액’의 의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액’이라 함은 ‘물건의 가치에 상당한 금액’을 의미하고, 유통되는 물건의 경우 물건의 가치는 통상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액으로 형성될 것

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가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장에서의 통상 거래가액’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나) 대법원도, 특정범죄가중법 제11조는 마약류의 ‘가액’이라는 항상 변하는 기준을 가지고 범인을 가중처벌하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그 가액의 해석을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견지하면서(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352 판결 참조), 일찍부터 마약류의 가액이란 ‘시장에서의 통상 거래가액’을 의미하는 것이고, 통상의 거래가액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실지 거래된 가액’에 의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1927 판결 등 참조), 마약류 가액산정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해오고 있다.

(다) 다만, 마약류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제조를 비롯하여 매매, 소지 등의 취급행위가 모두 금지되는 품목으로(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 이를 대상으로 한 거래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액이 공시되는 것도 아니므로, 일반 상품과는 달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액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거래금지품목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암거래 시장 등을 통해 마약류의 불법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상 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검찰에서 매월 마약류 사건의 범죄사실을 기초로 단속건수, 압수량, 암거래가격 등을 취합하여 ‘마약류 월간동향’을 발행하는데, 이는 정규적, 규칙적인 업무활동에 의해 작성되는 것이고, 마약류 사건의 범죄사실을 취득하는 즉시 비교적 기계적으로 기록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기록 과정에 기록자의 주관적 개입의 여지가 없는 등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할 것인바(서울고등법원 2020. 8. 13. 선고 2020노512 판결 등 참조), ‘마약류 월간동향’에 수록된 마약류 암거래 가격표는 마약류의 시장가액을 추단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은 이와 같이 시장가액에 관해 누적된 자료 등을 기초로 마약류의 가액을 충분히 산정해낼 수 있을 것이므로,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가액’에 관해서는 법원의 가액 인정에 관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있을 뿐,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마약류 가액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특성을 이유로 입법자가 마약류의 가액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각 마약류의 거래가액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 경우 심

판대상조항에 의한 마약류 범죄의 가중처벌이 거래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여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을 상실하거나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마) 결국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에서 가중처벌의 기준이 될 ‘가액’의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 상황의 고려 하에 사회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법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의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그러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2) 판단

(가) 마약류는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자체가 환각을 일으키고, 신체적ㆍ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물질이어서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투약 후 환각상태에서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류 구입자금 마련을 위해 강도 등 흉악범죄를 벌이는 등 국민보건과 건전한 사회질서에 가하는 위해가 심각하다(헌재 2019. 2. 28. 2016헌바382 등 참조).

마약류 중에서도 특히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은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된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이러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 유통 및 확산에 작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마약범죄 중 매매소지는 매도의 예비행위를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이는 매도행위로 이어져 마약류의 공급을 새로이 창출하거나 기존의 제조 및 판매조직을 확대시키고 마약류의 확산을 촉진하여 결국 공중의 건강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과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다) 단순 소지의 경우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소지하고 있는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바, 이러한 금액에 해당하는 마약류의 양은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상당한 양으로, 통상 개인적으로 소비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결국 이와 같은 대량의 마약류 소지는 마약류시장의 특성상 다시 유통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설령 애초의 목적이 단순 소비만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마약류가 대량일 경우 언제든지 집단투약의 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매매소지뿐 아니라 단순소지라 하더라도 대량의 나목 향정신성의약품 소지행위는 모두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및 유통행위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나 사회적 위험성의 측면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액의 마약류 소지행위는 단순한 사용을 넘어 마약의 대량 확산에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신적ㆍ육체적 황폐화를 통해 영리를 도모하는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가중된다.

(라)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3년으로 법관이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며, 법관의 작량감경이 있을 경우 징역 1년 6월의 선고도 가능하여 죄질이 경미하고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우 법관의 양형 단계에서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마) 한편, 마약범죄는 유통되는 마약류의 가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가 가중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마약류

가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가액’이라는 것이 항상 변하는 기준으로 법관의 해석이 보충적으로 요구되는바, 심판대상조항에서 가중적 구성요건의 표지를 마약류의 ‘수량’으로 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겠으나, 마약류의 종류에 따라 1회 투약량이 모두 다르고, 마약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다 신종 마약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각 마약류에 상응하는 ‘수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고 할 수 있어 이를 가중적 구성요건의 표지로 삼지 않은 것을 두고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소결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마.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심사기준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이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과 비교할 때 현저히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 할 수 있다(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헌재 2009. 2. 26. 2008헌바9 등 참조).

그러나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가20;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1 등 참조).

(2) 판단

(가) 나목,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 및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에 비하여 의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 오ㆍ남용 우려의 정도, 오ㆍ남용 시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의 정도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마약류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목, 다목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소지도 그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으로 대량의 소지행위인 경우에는 유통의 가능성

을 높여 마약류의 대량 확산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이나 사회적 위험성이 가중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오ㆍ남용의 우려나 오ㆍ남용할 경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등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가액 수준의 마약 및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소지와 그 불법성을 동일하게 평가한다고 하여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한편, 입법자는 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에도 수출입ㆍ제조행위의 경우 마약,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이든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이든 모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여(제1호, 제3호, 제6호), 마약류의 약리적 작용이나 위해의 정도가 서로 다르더라도 행위유형이 가지는 사회적 위험성이 크면 그 불법성을 높게 평가하여 법정형에 반영하고 있는바, 심판대상조항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소결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의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 단순소지죄의 법정형을 마약,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의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 단순소지죄보다 가볍게 정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는바,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