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3. 2. 23. 2019헌마1404 [기각,각하]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위헌확인 등

[2023. 2. 23. 2019헌마1404ㆍ1460, 2020헌마315(병합)]


판시사항



1. 대한적십자사가 국가 등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대한적십자사의 회비모금 목적으로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대한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로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를 규정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적십자사가 요청하고 국가 등이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사의 운영,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영수증 발급’이라는 각 목적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필요한 자료’의 구체적인 범위를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렵다. 국가가 자료 제공의 목적과 필요한 자료의 범위, 자료 제공의 용이성, 적십자사의 운영 상황 및 회비모금 실무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하 ‘적십자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과 제6조 제4항 등을 종합하면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목적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정보주체들에 대하여 회비모금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임을 알 수 있고, 회비모금 등을 위해 각 정보주체에 대하여 연락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포함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때 ‘특별한 사유’가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유’라는 문언 자체는 비록 불확정적 개념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의 목적 외 제3자 제공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준하는 경우로서 그 규율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 회비모금을 위해 국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적십자 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제네바협약의 체약국으로서 정부가 적십자사의 활동을 지원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전시 또는 평시의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하는 적십자사의 설립목적과 공익성,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특히 남북교류사업이나 혈액사업 등 다른 공익법인들이 수행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종합하면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으로 한정되고,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는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 이때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다른 위험스러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식별자(識別子) 역할을 하거나, 다른 개인정보들과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전체적ㆍ부분적 인격상을 추출해 내는 데 사용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 한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6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여야 하며 위반 시 과태료나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성명과 주소는 주민등록사항이므로, 적십자사가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법과 같은 법 시행령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란 그 자체로는 너무나 불확정적인 용어임에도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특별한 사유’를 수식하는 문구나 ‘특별한 사유’의 예시 등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적십자법과 적십자법 시행령 전체를 살펴보고, 적십자법의 목적이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해석ㆍ판단하여 보더라도 ‘특별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라는 규정이 없더라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과 구별되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고, ‘특별한 사유’를 위 ‘개인정보 보호법 문구’에 준하는 것으로 막연히 해석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사가 세대주의 주소뿐만 아니라 성명의 제공을 국가 등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명이 주소와 함께 제공될 경우 ‘누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되어 결합된 정보의 가치는 훨씬 커지게 되므로 개인정보가 악용되거나 유출되었을 경우의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 특히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정보제공의 대상이 되는 세대주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음에 따라 적십자사는 전국의 모든 세대주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양은 매우 방대하다. 그런데 적십자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는 적십자사가 개인정보를 남용하거나 유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앞서 본바와 같이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주민등록법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일부 제한의 내용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개인정보처리자의 일반적인 의무 규정만으로는 정보주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한 것이고, 각 세대별로 지로통지서가 발송되기만 하면 되고 반드시 세대주 본인에게 송달되어야 할 필요는 없으므로 지로통지서 발송에는 세대별 주소만 필요할 뿐, 세대주의 성명은 불필요하다. 실제로 적십자사는 지로통지서 및 그 봉투에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어, 적십자회비를 납부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로통지서에 세대주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적십자회비 납부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므로 적십자회비 모금이라는 목적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의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6. 11. 15. 대통령령 제2758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7조, 제8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27조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8. 9. 4. 대통령령 제29134호로 개정되고, 2020. 6. 16. 대통령령 제30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제4호, 제5호



참조판례



1. 헌재 2013. 10. 24. 2012헌바368, 판례집 25-2하, 203, 209-210

2. 헌재 2015. 5. 28. 2013헌마799, 판례집 27-1하, 361, 370

3. 헌재 2018. 8. 30. 2016헌마483, 판례집 30-2, 552, 563



당사자



청 구 인 [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음

피청구인 1. 행정안전부장관(2019헌마1404, 2019헌마1460)

2. 대한적십자사(2019헌마1404, 2019헌마1460)



주문



1. 청구인 황○○, 고○○, 진○○의 심판청구 중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2항, 같은 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 및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6. 11. 15. 대통령령 제2758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과 청구인 신○○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청구인 황○○, 고○○, 진○○의 나머지 심판청구와 청구인 강○○, 김○○, 이○○, 조○○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행정안전부장관의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자료 제공

(1)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1항, 제3항은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라 한다)로 하여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십자사의 운영과 회원모집, 회비모금,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제2조 제1호는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에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를 포함시키고 있다.

(2) 적십자사는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2019. 10. 22. 행정안전부에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를 근거로 전국의 세대주(만 25세 미만 및 만 75세 이상 세대주ㆍ20대 단독 세대주ㆍ고지 제외 요청자 제외)의 성명과 주소를 요청하였다. 행정안전부장관은 2019. 10. 31.경 적십자사에게 만 25세부터 만 74세까지의 거주자 중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 총 17,662,388건을 제공하였다.

나. 2019헌마1404

적십자사는 가.항과 같이 행정안전부장관이 제공한 세대주의 정보를 바탕으로 2019. 11.경 청구인 진○○에게 적십자회비 10,000원을 2020. 1. 31.까지 납부할 것을 안내하는 취지의 지로통지서를 발송하였다.

청구인 황○○, 고○○, 진○○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 등으로 하여금 적십자사가 요청한 개인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2019. 12. 18. 주위적으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대해, 예비적으로 대한민국의 적십자사에 대한 자료제공행위 및 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행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2019헌마1460

적십자사는 가.항과 같이 행정안전부장관이 제공한 세대주의 정보를 바탕으로 2019. 11.경 청구인 강○○, 김○○에게 적십자회비 10,000원을 2020. 1. 31.까지 납부할 것을 안내하는 취지의 지로통지서를 발송하였다.

청구인 강○○, 김○○, 이○○, 조○○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 등으로 하여금 적십자사가 요청한 개인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2019. 12. 31. 대한민국의 적십자사에 대한 자료제공행위 및 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행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2020헌마315

적십자사는 가.항과 같이 행정안전부장관이 제공한 세대주의 정보를 바탕으로 2020. 2.경 청구인 신○○에게 적십자회비 10,000원을 2020. 4. 30.까지 납부할 것을 안내하는 취지의 지로통지서를 발송하였다.

청구인 신○○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국가 등으로 하여금 적십자사가 요청한 개인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2020. 3. 3.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청구인 황○○, 고○○, 진○○은 주위적으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행정안전부장관의 2019. 10. 31.자 적십자사에 대한 자료제공행위 및 적십자사의 2019. 11.경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행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이는 서로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청구들을 주위적ㆍ예비적 청구가 아닌 단순병합 청구로 본다(헌재 2021. 9. 30. 2020헌바134 참조). 위 청구인들은 국가 등이 적십자사 회비모금을 위해 세대주의 주소뿐만 아니라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것이 과잉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므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청구인들이 실질적으로 다투고 있는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까지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중 청구인들이 문제 삼는 것은 국가 등이 적십자사의 회비모금을 위하여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므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2항과 같은 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나. 청구인 강○○, 김○○, 이○○, 조○○의 심판청구는 행정안전부장관의 2019. 10. 31.자 적십자사에 대한 자료제공행위 및 적십자사의 2019. 11.경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행위에 대한 것이므로 이를 심판대상으로 삼는다.

다. 청구인 신○○은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면서 위 가.항 기재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바, 마찬가지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까지 심판대상으로 삼고,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2항과 같은 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이하 ‘적십자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 ② 같은 조 제3항 중 같은 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라 한다), ③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6. 11. 15. 대통령령 제27586호로 개정된 것, 이하 ‘적십자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중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회비모금’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하며, 이 사건 위임조항,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 ④ 행정안전부장관의 2019. 10. 31.자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자료제공행위(이하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라 한다) 및 ⑤ 대한적십자사의 2019. 11.경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행위(이하 ‘이 사건 지로발송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이 사건 자료제공행위의 주체는 행정안전부장관이므로 피청구인을 행정안전부장관으로 표시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 2]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8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 등)

② 제1항에 따른 필요한 자료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6. 11. 15. 대통령령 제27586호로 개정된 것)

제2조(요청자료의 구체적 범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주민등록법」에 따른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적십자법 제8조는 다른 구호단체, 혈액관리단체와 달리 적십자사의 회원 모집, 회비 모금을 위해 특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지 않다. 국가가 적십자사의 원활한 사업수행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국가가 주체가 되어 적십자사를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지, 수집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또한 적십자법 시행령 제2조는 회비모금을 위해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를 적십자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주소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세대주 등의 성명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나아가 적십자법은 적십자사가 제공받은 자료를 파기하는 것에 대한 사항이나 자료제공에 관한 정보주체의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적십자법 제8조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적십자사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일반 단체운영의 자유와 업무의 효율성에 불과하고, 청구인들은 이로 인해 성명 및 주소 등이 매년 일괄 제공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중대하게 제한된다. 따라서 적십자법 제8조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나. 적십자법 제8조는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제공을 요청하는 목적, 필요한 자료의 대상 및 범위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하위 법령에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다. 적십자법 제8조는 국가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자료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예시나 한계를 설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실제로 과거 10년간 국가가 자료제공을 거부한 사례가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십자법 제8조 제3항의 ‘특별한 사유’는 법률유보원칙이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라.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도 적십자법 제8조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마. 적십자사는 전국의 모든 세대에 적십자회비 지로를 발송하면서 공과금 납부서와 같은 외형을 통하여 적십자회비 납부의무에 관하여 착오를 유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 신○○을 제외한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 및 이 사건 지로발송행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1)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

적십자사는 2019. 10. 22. 행정안전부장관에게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만 25세 이상 만 75세 미만 세대주 등의 성명, 주소 등 자료 제공을 요청하였고, 행정안전부장관은 2019. 10. 31.경 1,766만 여 건의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였다. 그에 따라 적십자사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2019. 11.∼12.경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을 완료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에 이미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에 관한 위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지 문제된다.

위 청구인들이 종국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것은 국가 등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이다.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는 매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반복되지만, 이러한 기본권 제한의 반복 가능성은 결국 자료제공을 허용하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위 청구인들의 주장취지 및 권리구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에 대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가는 이상,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지로발송행위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

위 청구인들은 세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으로 인해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적십자회비는 그 성격상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모금으로, 지로통지서 상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바, 그러한 자율적 모금을 위한 지로통지서 발송행위는 단순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 또한 단순히 착오로 인해 회비를 납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본권침해의 가능성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

(3) 소결

따라서 청구인 신○○을 제외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자료제공행위 및 이 사건 지로발송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 황○○, 고○○, 진○○, 신○○(이하 5.항부터 ‘청구인들’이라 약칭한다)의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하므로,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기로 한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대한적십자사 및 회비모금 제도

(1) 대한적십자사의 성격

적십자사는 제네바협약 정신과 국제적십자운동 기본원칙에 따른 적십자사업의 수행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적십자법 제1조, 제2조) 적십자법에 그 조직과 업무의 근거를 둔다. 한편 적십자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제5조 제1항 제2호) 같은 법상 경영공시 의무 등을 부담하고,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의 대상이 되며,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상의 ‘공공단체’에 해당하기도 한다(제2조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5호).

국제적십자운동 규약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제네바협약의 체약국으로서 정부가 적십자사의 활동을 지원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한편(규약 제2조 제1호 내지 제3호), 적십자사 역시 국내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적십자사를 감독하고 적십자사나 그 의결기관의 집행 또는 의결에 대하여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적십자법 제27조).

이러한 적십자사의 설립 목적과 근거, 사업ㆍ활동의 내용 및 공익성, 정부의 지원ㆍ감독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적십자사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진 특수법인이라고 할 것이다.

(2) 대한적십자사의 조직

적십자사는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이 있으며, 집행기관의 명예회장은 대통령, 명예부회장은 국무총리이다(적십자법 제14조). 적십자사의 임원으로 회장 1명, 부회장 2명, 재정감독 1명, 법률고문 1명을 두되, 회장은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한 후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제15조). 적십자사의 의결기관은 전국대의원총회, 중앙위원회, 운영위원회가 있다(제9조). 전국대의원총회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 8명, 국회에서 위촉하는 사람 12명, 광역자치단체장이 위촉하는 사람 각 2명,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광역자치단체 적십자사 지사에서 선출하는 사람 각 6명으로 한다(제10조 제2항). 중앙위원회는 회장을 포함한 28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그 가운데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법무부장관, 국방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은 당연직 위원이다(제11조 제2항 제2호). 운영위원회는 회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행정안전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은 당연직 위원이다(제12조 제2항).

(3) 대한적십자사의 사업ㆍ활동

적십자사가 수행하는 사업은 적십자법 제7조에 규정되어 있다. ①제네바협약의 정신에 따른 전시포로 및 무력충돌희생자 구호사업, ②전시(戰時)에 군 의료보조기관으로서의 전상자 치료 및 구호사업, ③수재(水災), 화재, 기근(饑饉), 악성 감염병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사람에 대한 구호사업, ④의료사업(간호사업 및 혈액사업을 포함한다), 응급구호사업, 자원봉사사업, 이산가족 재회사업, 청소년적십자사업, 관련 교육사업, 그 밖에 국민 보건 및 사회복지에 관한 사업, ⑤적십자 이념 및 국제인도법의 보급사업, ⑥적십자사의 사업 수행을 위한 국제협력사업 등이 그것이다. 특히 혈액관리법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적십자사에 대하여만 혈액관리업무 중 채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제6조 제1항 제2호), 보건복지부장관이 채혈금지대상자 명부의 작성ㆍ관리ㆍ통지에 관한 업무, 헌혈자의 혈액정보 관리에 관한 업무, 수혈비용의 보상업무 등을 적십자사 회장에게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 또한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은 통일부장관이 이산가족 찾기 신청 관련 업무 및 이산가족면회소 설치ㆍ운영 등에 관한 업무 등을 적십자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이와 같이 혈액사업 및 남북 이산가족 관련 사업 등은 다른 공익단체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것들로서 적십자사의 사업 중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한편 이러한 적십자사의 운영 및 사업에 사용되는 경비는 회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수익사업으로 인한 수익금, 그 밖의 수입금으로 충당한다(적십자법 제22조 제1항).

(4) 적십자사의 회비모금제도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는 누구나 적십자사의 회원이 될 수 있고(적십자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적십자사의 회원은 회비를 납부하는 자로 한다(같은 조 제3항).

적십자법 제8조 제4항과 대한적십자사 정관 제38조에는 국가 등이 적십자사에 협조하도록 되어 있어, 적십자사는 회비모금 과정에서 행정기관 특히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받아 왔다. 적십자회비는 과거 행정기관 공무원과 모금위원(통ㆍ리장)이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여 수납을 대행하였으나, 수납 대행에 따른 일선 공무원의 업무과중, 현금 직접 수납에 따른 분실 및 유용 우려, 영수증 미발급, 회비 납부 독촉을 위한 빈번한 방문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여 2000년경부터 현행 자율납부형태의 완전 지로통지서 배부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그에 따라 적십자법 제8조를 근거로 매년 적십자사가 행정안전부에 만 25세 이상 만 75세 미만 전국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 제공을 요청하고(미리 적십자사 측에 거부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제외), 행정안전부에서 위와 같은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적십자사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회비납부용지(지로통지서)의 배부 및 모금 홍보 등의 협조를 받아 각 세대주에게 지로통지서를 발송하여 왔다(행정안전부 ‘적십자회비결정 및 모금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참조). 2023년 적십자회비부터는 최근 5년간 적십자회비 참여(납부) 이력이 있는 세대주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적십자사에 자료를 제공하는 세대주의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 및 쟁점의 정리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전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헌재 2018. 8. 30. 2016헌마483 참조).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여 적십자사에 제공된 청구인들의 성명과 주소는 청구인들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바, 심판대상조항들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2) 청구인들은 이 사건 위임조항이 ‘필요한 자료’의 대상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 사건 위임조항이 시행령에 위임함에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배하였는지의 문제이므로 법률유보원칙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중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예시나 한계가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법률유보원칙 또는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특별한 사유’ 부분에 관한 이러한 주장은 ‘특별한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취지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만 살펴본다.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인 성명과 주소를 정보주체인 청구인들의 동의 없이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들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지 살펴본다.

(3) 따라서 이하에서는 ① 이 사건 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②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중 ‘특별한 사유’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③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이 사건 위임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75조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3. 10. 24. 2012헌바368 참조).

(2) 이 사건 위임조항은 “제1항에 따른 필요한 자료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적십자법 제8조 제1항은 “적십자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적십자사의 운영과 제6조 제4항의 적십자사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이에 따른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적십자사가 요청하고 국가 등이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사의 운영,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영수증 발급’이라는 각 목적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자료’의 구체적인 범위를 미리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어렵고, 각종 자료를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주체인 국가가 자료 제공의 목적과 필요한 자료의 범위, 자료 제공의 용이성, 적십자사의 운영 상황 및 회비모금 실무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또한 적십자법 제8조 제1항은 ‘적십자사의 운영과 적십자사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이에 따른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라고 규정하여 자료 제공의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고, 적십자법 제6조 제4항에서 ‘개인, 사업자, 법인 또는 단체 등을 대상으로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회원모집, 회비모금 및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목적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자료의 범위는 ‘적십자법 제6조 제4항에서 정한 정보주체들에 대하여 회비모금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임을 알 수 있고, 회비모금 등을 위해 각 정보주체에 대하여 연락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포함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4) 따라서 이 사건 위임조항이 적십자사에 제공될 자료의 범위를 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헌법 제75조에 의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5. 5. 28. 2013헌마799 참조).

(2)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특별한 사유’란 사전적으로는 보통과 구별되는 사유를 말하나 이 문구만으로는 어떠한 사유를 말하는 것인지 알기에는 다소 모호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제18조 제1항에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제2항에서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이러한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고(제18조 제2항 제2호),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여기에 해당된다.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정보주체의 통상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개인정보의 처리라는 이해에서 출발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은 여타 개인정보의 수집이나 이용에 비하여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여러 가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유’라는 문언 자체는 비록 불확정적 개념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의 목적 외 제3자 제공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준하는 경우로서 그 규율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국가 등이 적십자사로부터 요청받은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로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의하여 적십자사는 회비모금을 위하여 정보주체인 세대주의 동의 없이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를 국가 등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으므로, 이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를 살펴본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 회비모금을 위해 국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적십자 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제네바협약의 체약국으로서 정부가 적십자사의 활동을 지원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전시 또는 평시의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하는 적십자사의 설립목적과 공익성,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특히 남북교류사업이나 혈액사업 등 다른 공익법인들이 수행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나) 또한 국가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함으로써, 적십자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지로통지서를 전국의 세대주들에게 발송하여 회비를 용이하게 모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적십자사의 안정적인 재원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적십자사가 사업에 전념하는 데에 도움이 되므로, 이러한 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종합하면 적십자사로부터 회비모금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는바,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으로 한정되고,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는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로 한정된다. 이때 ‘주소’는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이며, ‘성명’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보로서, 다른 위험스러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식별자(識別子) 역할을 하거나, 다른 개인정보들과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전체적ㆍ부분적 인격상을 추출해 내는 데 사용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헌재 2018. 8. 30. 2016헌마483 참조).

한편 적십자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타공공기관’(제5조 제1항 제2호)으로서 ‘개인정보 보호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6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등 처리에 관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정보를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하여야 하고(제15조), 수집 목적 외에서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며(제18조), 보유기간 경과 및 목적 달성 등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는 지체 없이 파기하여야 하고(제21조), 개인정보 취급자를 적절히 관리ㆍ감독하여야 하며(제28조), 개인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ㆍ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29조). 이를 위반 시 과태료에 처해지며, 특히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개인정보를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 또는 훼손당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에 처해진다(제73조, 제75조).

또한 성명과 주소는 주민등록사항이므로, 적십자사가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적십자사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심사를 거쳐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때 ‘전산자료의 이용 또는 활용 목적 및 근거, 이용 또는 활용하려는 전산자료의 범위, 전산자료의 제공방식ㆍ보관기관 및 안전관리대책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주민등록법 제30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50조).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공익은 적십자사의 회비 모금을 용이하게 하여 적십자사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기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인도주의에 기반한 적십자사 사업의 공익성, 다른 공익단체들과 구별되는 적십자사 사업의 특수성, 제네바협약의 체약국이자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가입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적십자사를 지원한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 황○○, 고○○, 진○○의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위임조항,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과 청구인 신○○의 심판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청구인 황○○, 고○○, 진○○의 나머지 심판청구와 청구인 강○○, 김○○, 이○○, 조○○의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남긴다.

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란 사전적으로는 보통과 구별되는 사유를 말하는바, 그 자체로는 너무나 불확정적인 용어임에도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특별한 사유’를 수식하는 문구나 ‘특별한 사유’의 예시 등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적십자법과 적십자법 시행령 전체를 살펴보고, 적십자법의 목적이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해석ㆍ판단하여 보더라도 ‘특별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을 도출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다.

그리하여 ‘특별한 사유’가 개인정보처리자인 국가 등의 입장에서 적십자사에게 자료를 제공하기 곤란한 사유를 말하는 것인지(대량의 자료제공을 요청하여 단순히 행정적 부담을 주는 경우,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보를 요청하는 등 정보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등), 정보주체 입장에서 정보가 제공될 경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정보주체가 사전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등 자료제공을 원치 않는 경우, 제공되는 자료가 민감정보로서 제3자 제공시 발생하는 불이익이 큰 경우 등), 특별한 사유의 정도도 국가 등에 단순히 행정적 부담을 주는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료제공이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목적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제18조 제1항). 다만 제18조 제2항 본문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2호에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적십자법 제8조는 여기에 해당한다. 즉 개인정보처리자인 국가 등은 예외적으로 적십자법 제8조에 따라 제3자인 적십자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라는 규정이 없더라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과 구별되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고, ‘특별한 사유’를 위 ‘개인정보 보호법 문구’에 준하는 것으로 막연히 해석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정보주체의 통상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개인정보의 처리이므로 적십자법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였어야 함에도,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를 단지 ‘특별한 사유’라고만 규정하였고 그 결과 국가 등이 적십자사의 자료제공 요청을 거절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등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바로 법규범이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지 못하여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으로 하여금 법집행 자체를 곤란하게 한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적십자사가 세대주의 주소뿐만 아니라 성명의 제공을 국가 등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명은 사회생활에서 노출되는 것이 당연한 정보로서 다른 위험스러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식별자(識別子) 역할을 하거나, 다른 개인정보들과 결합함으로써 개인의 전체적ㆍ부분적 인격상을 추출해 내는 데 사용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언제나 엄격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헌재 2018. 8. 30. 2016헌마483 참조). 그러나 성명이 주소와 함께 제공될 경우 ‘누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되어 결합된 정보의 가치는 훨씬 커지게 되므로 개인정보가 악용되거나 유출되었을 경우의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 특히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정보제공의 대상이 되는 세대주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음에 따라 적십자사는 전국의 모든 세대주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양은 매우 방대하다. 따라서 국가 등이 적십자사에 정보 제공을 함에 있어서 제공된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고 정보주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적십자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는 적십자사가 국가 등에 세대주의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적십자사가 제공받은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지, 목적 달성 후 즉시 정보를 폐기하는지, 정보 유출의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객관적인 제3자가 직접 검증 또는 감독하는 등 적십자사가 개인정보를 남용하거나 유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십자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아무런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주민등록법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일부 제한의 내용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개인정보처리자의 일반적인 의무 규정만으로는 정보주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자료제공의 목적은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한 것이고,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것은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전국의 모든 세대로부터 회비를 손쉽게 모금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각 세대별로 지로통지서가 발송되기만 하면 되고 반드시 세대주 본인에게 송달되어야 할 필요는 없으므로 지로통지서 발송에는 세대별 주소만 필요할 뿐, 세대주의 성명은 불필요하다. 실제로 적십자사는 지로통지서 및 그 봉투에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것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어, 적십자회비를 납부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로통지서에 세대주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적십자회비 납부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므로 적십자회비 모금이라는 목적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소득공제의 목적으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비를 납부한 사람 스스로 성명 등의 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하면 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의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다) 한편 2023년 적십자회비부터는 적십자사가 최근 5년간 회비를 납부한 세대주에 대한 개인정보만 국가 등에 요청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되었으나, 그 근거법령인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아무런 변함이 없다. 그리하여 법령상으로는 적십자사가 여전히 전국의 모든 세대주에 대한 자료 요청을 할 수 있으며, 청구인들과 같은 세대주들은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적십자사에 언제든지 제공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적십자 회비모금 실무의 변경 내용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3) 법익의 균형성

주소에 덧붙여 세대주의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필요한 정보보다 과도한 것으로서 ‘주소’만을 제공하는 경우보다 제한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정도가 훨씬 심대한바, 적십자사의 회비 모금을 용이하게 하여 적십자사 사업의 수행을 원활히 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하더라도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세대주의 ‘성명’까지 적십자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다.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이 사건 시행령조항 중 ‘성명’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 황○○, 고○○, 진○○, 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1] 청구인 명단

1. 황○○(2019헌마1404)

2. 고○○(2019헌마1404)

3. 진○○(2019헌마1404)

청구인 1 내지 3 대리인 변호사 정재기, 박한솔, 김기령

4. 강○○(2019헌마1460)

5. 김○○(2019헌마1460)

6. 이○○(2019헌마1460)

7. 조○○(2019헌마1460)

청구인 4 내지 7 대리인 법무법인 친구 담당변호사 진○○

8. 신○○(2020헌마315, 변호사)

[별지 2] 관련조항

대한적십자사 조직법(2015. 12. 29. 법률 제13648호로 개정된 것)

제6조(회원) 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성별, 국적, 종교 또는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적십자사의 회원이 될 수 있다.

②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는 적십자사의 회원이 될 수 있다.

③ 적십자사의 회원은 회비를 납부하는 자로 한다.

④ 적십자사는 개인, 사업자, 법인 또는 단체 등을 대상으로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활동을 할 수 있다.

⑤ 회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제7조(사업) 적십자사는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수행한다.

1. 제네바협약의 정신에 따른 전시포로 및 무력충돌희생자 구호사업

2. 전시(戰時)에 군 의료보조기관으로서의 전상자 치료 및 구호사업

3. 수재(水災), 화재, 기근(饑饉), 악성 감염병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사람에 대한 구호사업

4. 의료사업(간호사업 및 혈액사업을 포함한다), 응급구호사업, 자원봉사사업, 이산가족 재회사업, 청소년적십자사업, 관련 교육사업, 그 밖에 국민 보건 및 사회복지에 관한 사업

5. 적십자 이념 및 국제인도법의 보급사업

6. 적십자사의 사업 수행을 위한 국제협력사업

7. 그 밖에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업에 부대되는 사업

제8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 등) ① 적십자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적십자사의 운영과 제6조 제4항의 적십자사 회원모집 및 회비모금, 이에 따른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④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십자사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적십자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협조할 수 있다.

제22조(사업 재원의 조성) ① 적십자사의 운영 및 사업에 사용되는 경비는 회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수익사업으로 인한 수익금, 그 밖의 수입금으로 충당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십자사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각 호에 따른 보건의료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시설장비 확충 등 이에 사용되는 경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제27조(감독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적십자사의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감독을 할 수 있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적십자사나 그 의결기관의 집행 또는 의결이 위법하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구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2018. 9. 4. 대통령령 제29134호로 개정되고, 2020. 6. 16. 대통령령 제 30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요청자료의 구체적 범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적십자사가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다음 각 호와 같다.

2.「지방세법」에 따른 납세의무자인 사업자 또는 사업주의 상호 및 주소

4. 법 제6조 제2항에 따른 법인 또는 단체(제2호의 사업자 또는 사업주는 제외한다)의 명칭 및 소재지

5. 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회비를 납부한 사람에 대한 각 목의 자료

가.「주민등록법」 제7조의2 제1항에 따른 주민등록번호

나.「출입국관리법」 제31조 제5항에 따른 외국인등록번호

다.「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에 따른 국내거소신고번호

개인정보 보호법(2020. 2. 4. 법률 제16930호로 개정된 것)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ㆍ제공 제한)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 제1항 및 제39조의3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의 경우 제1호ㆍ제2호의 경우로 한정하고,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3.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5.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경우

6. 조약, 그 밖의 국제협정의 이행을 위하여 외국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7.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8.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9. 형(刑) 및 감호, 보호처분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③ 개인정보처리자는 제2항 제1호에 따른 동의를 받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1.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2.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제공 시에는 제공받는 자의 이용 목적을 말한다)

3. 이용 또는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4.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제공 시에는 제공받는 자의 보유 및 이용 기간을 말한다)

5.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④ 공공기관은 제2항 제2호부터 제6호까지, 제8호 및 제9호에 따라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 또는 제공의 법적 근거, 목적 및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보호위원회가 고시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여야 한다.

⑤ 개인정보처리자는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 해당하여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에게 이용 목적, 이용 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제한을 하거나,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자는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